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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생활스포츠지도사 취득이 불러온 나비효과

연재 시리즈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시도했던 이유

나는 2019년부터 늘 보디 프로필을 거의 매년 촬영해왔다(2019, 2021, 2022, 2023, 2024). 처음에는 내가 얼마나 운동해야, 얼마나 다이어트해야 촬영에 최적화된 몸이 나올지 데이터가 없었다. 촬영을 준비하는 순간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하지만, 매해 촬영하다 보니 다이어트 사이클에 몸이 적응하고 얼마만큼의 식단을 해야 체중이 감량되는지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사라진 채 루틴이 되니 별 감흥이 없었다.
보디 프로필을 매년 촬영한다고 해서 눈에 두드러지는 변화만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신체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려고만 하면 성장이 일어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았다. 그보다는 내적인 변화에 치중하기로 결심했었다. 가령, 식사는 어떻게 했을 때 운동이 잘되는지? 카페인을 얼마나 어떤 시점에 섭취해야 운동이 잘되는지? 부위별로 내가 잘하는 운동은 뭐가 있는지? 언제 자극이 잘 오는지? 경험치를 쌓는 데 집중하고 보디 프로필은 동기 부여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적 경험치를 쌓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운동 역학적인 부분, 생리학적인 부분, 운동할 때 각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자극의 범주에 대해 알아야만 하고 이유에 관해서도 터득해야만 했다. 하지만,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한 초창기엔 기술 스택을 익히고 회사 일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버거웠다. 그런데 여기에 취미의 영역에서 학습까지 병행한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처음에는 단지 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즐기기 위한 취미 활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격증 취득 타임라인
그러던 올해, 보디 프로필 촬영 준비의 설렘이 거의 없었다. 어느 정도 어떻게 먹어야 체지방을 감량할 수 있는지, 치팅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체성분 변화에 영향이 없는지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이었을까? 특별히 고민할 거리가 없어지다 보니 긴장감이 사라졌다. 이제는 도파민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었는지, 나는 좀 더 새로운 도전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운동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격증 취득이 가져온 변화

사실 처음에는 자격증 취득 목적이 단순했다. 운동의 원리를 이해하고 체계적인 지식을 쌓고 싶다는 것,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불러왔다. 마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겪은 작은 시도들이 내 일상 곳곳에 예상치 못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1년에 시험이 한 번뿐이라는 부담감은 구술시험을 준비하면서 합격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AI와 대화를 나누게 했다. 이를 통해, 좀 더 프롬프팅 역량을 쌓을 수 있었고, 업무를 포함해서 취미의 영역에서까지 타이핑을 하루 종일 하다 보니 키보드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 연수와 현장실습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시각은 퍼스널 트레이닝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게 됐고, 새로운 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의 자격증 취득 때문에 내 삶에 가져온 변화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변화1. 운동의 원리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내가 지금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생각했던 상황은 마치, 자바스크립트에서 비동기 개념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async/await 키워드를 사용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는 것과 비슷했다. 그저 트레이너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최적의 자세를 맹목적으로 따르려고만 했다. 왜 그런지 늘 궁금했지만, 개발자 커리어 초반에 내가 이것까지 고민할 여력도 없었고 필요성도 지금과 같이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드디어 그 '왜'에 대한 답을 찾을 필요성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답을 찾아가게 되었다.
중량이 올라갈수록 팔꿈치를 굽혀야 하는지? (e.g. 덤벨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덤벨 풀 오버)
바벨의 너비를 어깨 너비보다 1.2~1.5배수로 잡는다고 하는지?
덤벨 로우를 할 때 골반과 상완골이 멀어져야 한다는 거지?
’ 이 자세로 수행해야 하는지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왜 내가 이 디자인 패턴을 따라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과 같다. 학계의 권위자가 설계해 놓은 디자인 패턴이니까 상황과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무조건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유 없이 도입한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다면 충분히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운동에서 내가 그랬다. ‘왜’ 이 자세로 수행해야 가슴 운동이 잘되는지를 알지 못한 채 수행했으니 설명할 수도, 응용할 수도 없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운동할 수도 없었다. 또한, 최적의 자세만을 외우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2주간 운동을 쉬고 돌아온 때면 다시 잊어버린 기억을 복원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내가 가슴 운동을 하는 이유와 목적, 자극의 범위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어떤 각도로 세팅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트레이너가 추천해 준 최적의 자세를 외울 필요가 없었다. 자신 있게 내 입맛대로 자세를 조율하면 됐다. 예를 들어, 벤치프레스에서 바벨 그립의 너비를 정할 때도 어깨너비의 1.2~1.5배라는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신, 그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좁은 그립은 어깨 전면부와 삼두근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고, 반대로 너무 넓은 그립은 견갑골의 수축을 방해하여 가슴 자극이 제한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내 어깨 가동 범위에 맞는 최적의 너비를 찾아가면 됐을 뿐이었다.

변화2. AI 프롬프팅 야생 학습

AI 프롬프팅까지 학습하게 됐다는 건 내겐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보통의 자격시험은 수험서가 있기 마련인데 생활스포츠지도사도 실기와 구술시험에 관한 정보가 시중의 책과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료가 시험에서 심사위원에게는 몇 점짜리 기준이 되는 답안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점이 불안감을 자극하게 되었고 1년에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었다.
수많은 후기와 자료를 섭렵하면서 좀 더 외우기 쉬운 글의 구조와 흐름을 만족하면서도, 심사위원에게는 20점 만점짜리의 답변을 준비하고자 했는데 이때 생각난 것이 바로 AI였다. 그런데 똑같은 프롬프트 문장을 던지더라도 AI의 모델이나 특성마다, 시기마다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답변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틀이나 결은 유지할 수 있도록 보다 상세한 맥락을 제공해야 내가 원하는 답변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게 된 시점이었다. 프롬프팅으로 결과물을 도출하는 경험을 통해 AI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무얼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듯이 AI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AI에게도 같은 질문이지만 전혀 다른 관점의 답변이나 다른 의사결정 방향을 내 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AI 프롬프팅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데 무엇보다도 본인의 경험치를 통해 얻은 통찰 또한, 추후 프롬프팅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구술 기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시험장에서 받은 질문에 대해 내가 답변한 내용을 충분히 복기하고 심사위원의 예상 점수를 도출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Claude가 합격 점수에 적중했다. 이 정도면 AI를 효과적으로 다룬 것 같았다. 이전까지는 내게 AI는 단지 코드의 오류를 찾아내거나 초안 작성을 도와주는 에이전트의 성격이 강했는데 보다 넓은 범주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이 바뀌었다.
구술시험이 끝난 후에는, 나에 대해 메타인지를 점검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했다. 7월에는 코치 그룹별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우리 그룹에서는 NEO 2 검사를 진행하고 해석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동료의 검사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코치진의 성향이 얼마나 다른지 차이점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좀 더 심층적으로 나를 탐구하기 위해 결과지를 AI에 주입하니까, 이후부터는 나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왜 하필이면 컴퓨터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물어볼 수 있었다. 단순히,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피상적인 동기가 아니라, 내가 왜 컴퓨터라는 존재에 끌릴 수밖에 없었는지 깊이 있는 이해를 해 보고 싶었다. 이때 NEO 2 검사 결과, TCI 검사 결과지와 구체적인 나의 상황을 좀 더 제공하면 더욱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컴퓨터와의 관계 형성 컴퓨터는 당신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와는 달리, 컴퓨터는 당신의 입력에 즉각적이고 예측 가능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내 의견이 존중받는다"는 경험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특히 AI라는 도구는 개발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영역까지 스며들었는데, 특히나 내가 유달리 AI 프롬프팅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도 있었다. 나의 프롬프팅에 즉각적이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며 통제감과 효능감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도 소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일관된 맥락이다. 이처럼, 나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변화3. 키보드 구입

이전까지는 노트북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별도의 매직 키보드를 이용했었다. AI 프롬프팅까지 활용하다 보니 이제는 타이핑할 일이 정말 많이 늘어났다. 개발도 하고, 교육도 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키보드 타이핑을 하다 보니 타건 감이 좋지 않아 손가락이 쉽게 피로해졌다. 이전까지는 키보드 가격이 비싸서 내 마음에 쏙 드는 키보드를 찾기 전까지는 구매를 보류했는데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커스터마이징은 추가 비용이 들 거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완제품이면서 시각적 만족을 채워줄 수 있는 키보드를 급하게 찾았다. 그리하여 구매한 것이 Sword68 Vamilo 키보드인데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키보드에서 나는 소리에 기호를 부여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 진짜 바다 좋아하나 보다…)

변화4. 이전 트레이너 계약 종료 & 새로운 시작

생활스포츠지도사 연수 과정과 현장 실습 과정에서 만났던 연사님과 트레이너분들을 보면서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어떻게 회원을 관리하는지와 어떤 회원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침, 나는 AI 프롬프팅을 하면서 나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PT 수업을 받은 뒤에는 선생님의 피드백을 고스란히 기록해 두면서 해당 회차에 배운 내용을 상세하게 메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드백의 흐름을 종합해서 볼 때 연수 과정과 현장 실습에서 만났던 트레이너분들과 묘하게 달랐다. 모든 사연과 의구심을 구구절절 풀 순 없지만, 결론을 짓자면 나의 발전을 생각해 주는 것 같지 않았다. 그간의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일관되지 못했던 피드백과 여러 정황이 있었다. 결국, 객관성을 검토하기 위해 AI에 맥락을 충분히 공유했다.
AI가 객관화하여 분석해 준 답변 중 일부 발췌
다른 트레이너들(현장 실습 트레이너)이 제공하는 상세한 해부학적 지식과 구체적인 운동 기법에 비해, 귀하의 전 트레이너의 지도가 현저히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능력 차이를 넘어서는 문제로 보입니다.
기록을 보면 일반적인 원칙(예: 코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회원님의 특정 신체 조건이나 목표에 맞춘 세부적인 전략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습니다.
회원님의 기록을 보면 때때로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트레이너의 동기 부여 방식이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일부 기록에서 트레이너가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나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바디프로필 촬영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던 점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피드백 품질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화하여 분명히 알게 됐고, 결국 9회기를 남겨둔 채 계약을 종료했다. 처음 이전 트레이너와 시작하기 전에도 충분한 고민을 내리고 중대한 결심을 내린 만큼, 계약 종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계약을 종료하면서도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닐지 두려웠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컸다. 정말, 나의 성장을 위해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아마, 연수 과정과 현장 실습에서 만났던 트레이너의 안목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계약 종료 이후, 이번에는 나의 발전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시는 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드백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선생님을 찾고 싶었다. 발품을 팔면서 현장 실습에서 배웠던 수업 품질을 기준으로 체험 수업이 만족스러운지를 판단했다. 다행히 모두 만족하는 분을 동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선생님은 체중을 증량하려면 식단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통증 관리의 이유를 명확하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셨다. 근육군의 협응 능력을 통해 기능성도 향상해야 근 비대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도 현장 수업에서 들었던 원리와 일치했다. 예를 들어, 오버 헤드 프레스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배근의 수축력이 필요한데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풀 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언은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전 트레이너의 피드백으로 자신감도 떨어지고,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면서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새로운 선생님을 찾기까지의 여정은 잠깐의 방황이었지만, 당시 내게는 중대한 고민이었다. 마치, 수험생이 단기 합격을 위해 1타 선생님을 찾는 것처럼.
나의 발전에 진심으로 고민해 주시는가?
궁금한 점에 관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가? (e.g. 왜 이 각도가 저한테 최적의 자세인가요?)
너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가?
직관적인 큐잉을 하는가? (e.g. 코어를 잡아라 → 키 커진다는 느낌으로 서 있어라)
PT를 처음 시작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습관은 나의 성장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 같다. 이젠 선생님이 운동에서 피드백을 주시는 내용에 관해서 최대한 ‘왜’ 그렇게 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하지만, 설명해 주시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집에 와서 복기할 때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이런 부분들 또한, 최대한의 맥락을 AI에 주입하여 의도한 결과를 뽑아내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AI에서 좀 더 의도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록’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변화5. 생활체육지도과 입학 신청

대개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은 피트니스업계 트레이너 종사자가 취득한다. 또는, 체대 학부생이 졸업 요건을 충족시키려고 취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연수 과정은 전공하신 분들한테는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일 것 같았다. 하지만, 업계와 무관하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내게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전자 계산기 구조의 IEEE754 부동소숫점부터 학습하게 되면 처음에는 생소하고 어려운 것처럼, 해부학과 운동역학도 처음에는 낯설고 복잡했다. 하지만, 연수 과정을 통해 이론을 먼저 학습하기보다,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을 적용하니 왜 이 과정을 학습해야 하는지가 공감되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좀 더 탐구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자바스크립트 코드에서 0.1+0.1+0.1===0.3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유는? IEEE754의 부동소숫점을 살펴 보면 된다. (전자계산기구조 → 컴퓨터 해부학)
통증이나 골반의 불균형도 생리학적인 관점이나 기능해부학 관점에서 접근하면 현상의 원인을 짚어 낼 수 있게 된다.
이건 최근 PT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학습해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지금 배우고 있는 선생님이 피드백해 주시는 내용은 뻔한 피드백일지라도, 분석해 보면 상당한 학술적 근거가 있으며 곱씹어 볼만 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근지구력이 약하다고 피드백을 해주셨다. 그런데 이건 어렸을 때 얼마나 체육 활동에 심취했는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요인이 있다고 하셨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드롭 세트, 유산소 운동, 저반복 고중량 운동 등 다양한 전략으로 보완을 시도해야 한다고 하시는 데 학술적인 근거가 궁금했다. AI의 도움을 좀 받았는데 이는 모두 과학적으로 타당한 주장이었다. 나도 이 정도로 타당한 근거를 갖추면서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싶은 욕심이 생겼달까. 생활스포츠지도사 필기시험에서 공부했던 과목을 좀 더 확장해 나간다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입과 후 나만의 취미의 영역에서 좀 더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을 경험해 보고 싶다.
근지구력은 Type I(지근) 섬유의 발달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체육 활동이 근지구력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트레이너의 설명은 과학적으로 타당합니다. 유소년기의 지속적인 신체 활동은 미토콘드리아 밀도 증가와 모세혈관 발달을 촉진하며, 이는 성인기의 근지구력 능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근지구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 것은 세트 후반부로 갈수록 나타나는 수행능력 저하를 통해 관찰될 수 있습니다. (Claude Sonnet 3.5)

번아웃 마주하기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니, 인지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병행했던 것 같다. 개발, 교육, 운동, 자격증 취득, 취득을 위한 AI 프롬프팅, 구술 암기 플랫폼 개발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과부하가 왔던 것 같다. 게다가 글쓰기 미션, 콘텐츠 마케터 육성 캠프, 마이컨셉진(매거진 글쓰기) 캠프를 병행하면서 crontab 목록을 빽빽하게 채운 한 해가 된 것 같았다. 실제로 10월쯤부터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쨌든 본업인 학생들을 최종 선발하는 일정까지는 버텨내야 하는 형국이었으니 이 모든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다.
현장 실습이 끝난 9월에는 최종 합격을 몇 달 기다려야 했지만, 출결 기록이 확실했던 만큼 자격증 취득도 확실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몸에 대한 변화도 두드러지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 새로운 선생님이 제안해 주신 5끼니 식단을 도전했다. 기존의 식단과 변화된 점이라면 5끼니 식사는 처음 도전해 봤다는 것과, 닭가슴살 이외의 단백질원(우둔살, 대구살) 섭취를 시도해 봤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바쁜 일정에 음식까지 정신없이 챙겨 먹는 게 생각보다 부담됐다. 어느 날은 밀5 목표를 채워야겠다는 강박 때문에 몰아서 먹기도 했는데 바로 위에서 탈이 났다. 그날 밤, 하루 종일 잠을 설치고 다음날 휴가를 쓰고 오전까지 끙끙 앓다가 오후에 간신히 병원에 다녀왔다. 주말에 예정되었던 약속도 취소했다. 앞으로 남은 일정까지 식단을 지키다가 다시 배탈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보류한 상태이다. 지금은 타락 먹방도 같이 하고 있는데 언제 다시 식단을 재개할지는 잘 모르겠다.
8~9월까지 주말을 이용해서 연수와 현장 실습을 받았는데 이어서 10월에는 SSR 강의까지 일정이 겹쳤다. 12월 최종 선발 과정까지 버퍼 기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두 소화한 뒤 바다에 가서 힐링하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전 같았으면 여행이니까, 숙소에만 머물면 시간이 아깝단 생각에 어디라도 관광을 다녀올 생각에 일정표를 짰을 텐데 올해는 캐리어에 짐을 꾸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결국, 최소한의 짐만 꾸린 채, 바닷가가 보이는 숙소에 머물면서 충분히 쉬고 운동에 다녀오겠다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해변 열차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100층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에 다녀오는 이벤트 성격이 강한 일정을 짰다. 이제까지 휴가 일정조차 완벽하고 특별해야 한단 강박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번아웃으로 인해 휴식과 운동에만 집중하기로 했는데 후회는커녕 내게 더 적합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라고 해서 꼭 맛집을 찾아다녀야 하나? 꼭 명소에 다녀와야 하나? 꼭 사진을 많이 남겨야만 추억인가? 고정 관념을 깰 수 있었다.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그간 취하지 못했던 잠을 청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한 여행이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한 세트 한 세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회사 일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마지막 세트에서 에너지를 아끼곤 했다. '이 정도면 됐어, 어차피 다시 집에 돌아가 일을 매듭지어야 하니까'라는 이유와 함께. 그동안, 나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운동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번아웃이 오게 된 이유에 관해서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맥락이 알고 싶었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손길을 빌렸는데 그동안 달려 온 성취는 "성장"이라는 동기가 자신의 진정한 열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성장을 위한 열망이 과거의 상처나 결핍에 의해 조종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과거를 반추하며 곱씹은 결과 나는 성장을 위한 열망 자체는 순수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완벽주의가 발동되는 것이 과거에서 느낀 결핍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 휴가에서 일정을 완벽하게 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꼈던 것처럼, 이제는 계획에서 각각의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과정에서 어떻게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