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레벨1 강의하기
레벨1(1학기)은 웹 프런트엔드 과정에서 사용되는 언어인 자바스크립트와 타입스크립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해지고 관련된 전반적인 키워드를 같이 챙겨 가는 식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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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코치 한 분이 새로 합류하셔서 레벨1과 레벨2를 각각 2명씩 총 4명이 맡아 커리큘럼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화해야 할 분량이 작년보다 절반쯤 감소한 셈이다. 나는 그중 후반부의 ‘점심 뭐 먹지’, ‘영화 리뷰’ 테마를 다루기로 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일반적인 학원과는 다르게, 하나의 교재를 선정하고 교재의 목차에 맞춰서 진도를 나가지는 않는다. 레벨1 중에 4가지 과제를 주고 이 과제에서 관련된 키워드를 함께 챙기면서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과제를 미션이라고 한다. 강의에서는 개념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훑기보다는, 미션에서 학생 스스로가 챙기기 어렵고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주면서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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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기 전 나의 상태
7기 선발이 끝난 2024년 12월 말부터 2025년 2월 14 약 1.5개월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기간에는 6기 선발 과정을 마치고 잠깐 휴가를 써서 충전할 수 있는 시기를 보냈다. 이후에 돌아와서는 7기에서 진행할 레벨1 강의를 준비했다. 6기에서 처음으로 레벨1 강의를 모두 진행해 봤으니 이제 7기에서는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강의할 수 있을 거란 기대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내가 학생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을까?’ 하는 여러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두려워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다. 올해에는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과감한 시도를 진행해 보려고 했다.
작년에는 레벨1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하지 않는 편인데 개강 며칠 전부터는 스마트폰에 게임 앱을 설치했다.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자 현실 도피를 택했었나 보다. 그리고 개강 첫날에는 선릉 캠퍼스로 오랜만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정차 역을 착각해서 잘못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 봐도 좋다는 생각과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안전감을 좀 더 느껴보기로 했다. 작년과 같은 과도한 긴장감이나 불안보다는 7기 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고 어떤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을 품어보기로 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소개하기
7기를 기준으로 우아한테크코스는 물리적으로 2개의 캠퍼스로 나뉜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교육 분야(웹 백엔드, 웹 프런트엔드, 모바일 안드로이드)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합하여 진행하는데 이때 전반적인 우아한테크코스의 과정을 소개하고 코치진을 소개한다.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통합 진행을 위해 ZOOM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때 코치진은 각자 자신의 소개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자기소개에서 달라진 점
레거시 크론의 자기소개 모습이다.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라는 문구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학생마다 가시적인 성과로 효능감을 느끼게 되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붙이게 됐다. ‘20대엔 뭘 해야 하고, 30대엔 뭘 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한국 사회의 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온 나를 드러내기도 한 맥락이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니 OT 시점에서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 문구라는 게 느껴졌다. 결국 7기에서는 이 문구를 수정하게 됐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여행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그렇게 나만의 색깔을 명료하게 드러내지 않고 간단히 나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구의 변화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는 글귀는 OT 시점에 와닿지 않을 것 같았으니, 이번에는 좀 더 ‘낙차’ 기법을 이용한 카피라이팅 문구로 변경해 봤다. 항상 루틴한 삶을 추구하지만, 단순 반복이 아닌 의미 있는 도전을 통한 성장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드러내고 싶었다.
사진의 변화
작년에는 ‘크론이라는 코치는 이렇게 생겼다’는 정도에 그치는 사진이라면, 이번에는 ‘크론이라는 사람은 도전을 통한 성장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아주 적합한 예시 사진은 내가 촬영해 온 ‘보디 프로필 촬영 사진’이었다. 좀 더 색다르면서도 과감하게 드러내는 과정은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관료 사회에 물들어 나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문화에 익숙한 내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점차 조직에서 심리적인 안전감을 느끼고 개성이 존중받는다는 문화라는 걸 신뢰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소개의 변화
작년에는 AI에 내가 말하는 속도를 고려해서 1분간 자기소개할 수 있는 멘트를 준비하고 그대로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사람들이 내게 가끔은 ‘로봇’이나 ‘AI’ 같다고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지 않았을까 싶다. 올해에는 멘트를 직접 읽기보다는 그 순간에 내게 멘트를 맡기고 자기소개의 흐름만 참고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AI에 멘트를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내가 말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자기소개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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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의 유래를 소개하면서 인간적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 풀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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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 만든 반란"이라는 문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 본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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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이기 이전에 함께 성장해나갈 동반자로서의 포부 드러내기
수업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 소개하기
웹 프런트엔드 오리엔테이션 수업 시간에는 ‘나’에 대한 내용보다는 ‘내가 개발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관’을 좀 더 드러내 보기로 했다. 분명히 처음 소개할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가서 소개 흐름을 보면서 이야기했는데 글 쓰는 시점에 확인하려고 하니 어디에 적어뒀는지 없다… 결국 기억에 의존해서 최대한 복기해 봤다.
소개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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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스포츠지도사 취득한(2024) 후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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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프로필 촬영에 이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스몰톡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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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에서 ‘강사’가 아니라 ‘코치’라는 명칭을 부여한 이유가 뭘지 물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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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의 어원과 뜻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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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Coach)의 어원은 마차를 뜻하는 'Kocsi'에서 유래했으며, 누군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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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는 정해진 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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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예체능에서 정답이 없듯이 프로그래밍 세계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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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경험해 보면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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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을 기술이 아닌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고민은 해결된다.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이게 맞나요?’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한국 교육 사회에서 ‘정답’을 찾도록 주입식으로 훈련을 받았으니 꽤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 게다가 개발을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항상 ‘현업에서는’이라는 키워드를 꼭 붙인다. 현업에서 사용하면 정답으로 인정할 만큼 신뢰가 간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에서 정답은 없고 현업에서 해당 방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이런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체감되지 않을뿐더러 납득하기도 어려울 터.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해 보기로 했다. ‘예술’이라고 보편적으로 미술 작품을 떠올릴 것 같았다. 저마다 풍경을 그리는 방식도 다르고 구도, 스케치 방법, 채색 방법,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순서조차 모두 다를 테니까. 하지만, 어느 하나의 방법론이 정답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프로그래밍의 세계도 마찬가지로 ‘예술’ 세계와 같은 관념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강조해 보기로 했었다. 그렇다면 내가 라이브 코딩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제시하는 방법론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도 명확히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로그래밍이 ‘예술’이라는 주장은 내게 처음부터 특별한 울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문학적인 표현쯤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가 PT 선생님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깊은 여운이 남았었다. 보디빌딩에서는 정해진 운동에 대해 일정 가동 범위와 동작, 각도가 대체로 정해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PT 선생님은 보편적인 운동 방법론이 존재하되, 사람마다 세팅 각도나 관절의 가동 범위가 다르다고 하셨다. 그래서 본인만의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것이 바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보디빌딩계의 ‘예술’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프로그래밍도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것 같았다. 프로그래밍에서 이론적으로 정해진 최선의 방향은 있지만, 현실에 모두 적용하기는 어렵다. 모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방법론으로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의 성능을 항상 최적화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사업성을 가늠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라면? 그리고 사용자도 얼마 없고 아직 빈도가 높지 않다면, 과연 항상 성능을 최적화하는 게 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저마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니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모두가 공감하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또한, 그 순간은 감명받았으나 오랫동안 기억하기보다는 자신이 경험한 관성대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는 점도 예상했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이야기했는데 까먹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학생들의 무의식중에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정답을 찾기보다 예술처럼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표류하길 바랐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1:1 티타임 시간에 내가 ‘예술적 관점으로 프로그래밍을 바라보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감명을 받고 공감했다고 했으니, 절반쯤의 성공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작년과 달라진 나의 마음가짐과 상태와 새로운 시도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코치마다 수업 진행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조차도 프로그래밍을 예술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듯, 교육의 측면에서도 커리큘럼 전체적인 방향은 유지하되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예술’적인 행위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작년에 나는 레벨1 강의 진행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졌었는데 ‘예술’이라고 일찍이 받아들였다면 나도 즐겁고 강의도 더욱 풍부해졌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그렇게 두려워 할 정도였던가?
‘완벽주의’라는 갑옷 내려놓기
그동안 나는 강의를 이끄는 입장에서 라이브 코딩을 할 때 헤매는 게 그다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수업이 아니라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 라이브 코딩 예행연습을 철저하게 하고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완벽주의’라는 갑옷 때문에 나의 움직임이 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종의 계기로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된 나는 이제 그 ‘연극’마저 내려놓는 연습을 올해 하게 됐다. 오히려 라이브 코딩을 헤매게 됐을 때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여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한 채 코드의 흐름만 구상해 봤다. 내가 헤매게 된다면 학생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교육에서뿐 아니라 완벽주의 갑옷을 벗는 것은 나의 인생 과제이기도 했다. 그동안 완벽주의를 완벽하게 가동하느라 일 이외의 것에는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나를 위해 좀 더 자유로운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깨 버리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측면이 내게는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방송통신대학교 생활체육지도과에 지원해서 학업을 병행해 갈 수 있었던 듯하고 보다 많은 사람과 교류할 기회를 열게 됐다.
안전지대 뛰어넘기
용기내어 말하기
올해의 목표는 조금이라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표현해 보는 게 목표였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동료들이 나와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나도 동료들의 의견에 따르기 전에 나의 우려를 먼저 표현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의사소통의 일이지만, 내게는 이런 작은 갈등을 마주하기엔 그동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제는 제법 갈등을 잘 다루게 되면서 회의에서도 내 생각을 충분히 표현해 보기로 했다. 심리적인 안전감이 뒷받침되는 조직이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웹 공통 교육 진행하기
‘완벽주의’ 갑옷을 내려놓으니 과감한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웹 공통 교육을 진행하시는 코치님도 별도로 계셨었고 올해에는 굳이 이 교육이 필요한지를 논하고 있었는데 대뜸 내가 이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공통 교육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담당 코치는 놀라시는 눈치였다. ‘돌이킬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재차 확인 의사를 물어보셨는데 내가 그때마다 ‘하겠다’고 못박았다.
웹 백엔드, 웹 프런트엔드, 모바일 안드로이드 교육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통 교육에는 HTML 웹 기초, 데이터베이스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과제물도 업데이트하고 교안으로 좀 더 상세 내용을 작성해서 강의해 보고 싶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을 때는 마치 트랜잭션의 원자성처럼 교안, 강의, 라이브 코딩 등 모든 요소가 완벽히 갖추어지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완벽주의 갑옷’을 내려놓은 뒤로는 재미있게 강의를 준비할 수 있었다. 비록 서버 개발자에서 손을 뗀 지 어언 2~3년이 다 되어가서 걱정됐지만, 이 직장에서 DB 에디터를 열어 쿼리문을 작성할 때 고향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향수를 느꼈기 때문에 금세 다시 준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외로도 내가 시도해 보고 싶은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웹 프런트엔드 학생들에게 ‘교육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사고를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보통 팀 프로젝트를 하면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기술에만 집중하고 내가 담당하지 않는 곳에서는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고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AI와 협업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동안 나뉘었던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경계는 다시 허물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웹 프런트엔드 코치가 데이터베이스를 강의한다면, ‘웹 프런트엔드 코치가 데이터베이스 강의를 하네?’와 같은 생각을 유도하면서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웹 프런트엔드 학생들이 웹 백엔드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어깨 너머로 관심을 가지기라도 한다면 절반의 성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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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닫자고 제안하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치면서 듣다보니 40%는 놓친 기분이에요
내가 아무리 타자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정말 타자 속도가 빨라서, 전개 속도가 빨라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피드백을 받기 전후로 학생들에게 가서 피드백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자신들도 코드를 따라 치다가 중간에 오류가 난 경우 이를 해결하게 되면 수업 진도가 멀리 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의자 입장에서 꽤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따라서 쳐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학생들은 따라 치려고 할까? 라이브 코드를 작성하는 의식의 흐름은 온전히 강의자인 내 것인데 학생들이 그대로 따라 치는 게 과연 소용이 있는 방법일까? 회의감에 젖어있었던 그때 ‘노트북을 덮고 진행해 보자’는 제안을 떠올렸었다. 라이브 코딩 중에 노트북을 닫는다면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경험이 어땠는지 수업이 끝나고 피드백을 받는다면 학생들의 생각을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듯했다.
수업 시간에 "여러분, 제가 라이브 코딩하기 전 제안 하나 해볼게요. 노트북을 덮고 수업을 진행해 봅시다"라고 운을 뗐다. 이후 라이브 코딩과는 다른 콘셉트로 진행할 텐데 학생들에게 '전문가 관찰 학습' 방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맥락을 설명했다. 지금은 눈으로 이해해 보고, 라이브 코드는 별도의 Git branch로 소스 코드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피드백 결과 시트를 열기 전에 잠시 긴장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나의 새로운 실험을 인정해 주고 있었다.
당일 학생들의 피드백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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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라이브 코딩할때 노트북 닫은거 너무 좋았던것같아요!! 오히려 코드 흐름 따라가는데에 더 편했고, 앞으로도 코드는 안보고 노트만 켜놓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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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수업 내용에 집중할 수있어서 좋았어요. 내가 놓친 부분이 어디인지 계속 생각하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크론의 생각 흐름을 따라가는게 흥미로웠습니다.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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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닫고 라이브 코딩을 함께 시청하니까 오히려 집중도가 올라간 것 같고 더 잘 와 닿는 느낌이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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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크론짱
!!! 크론 수업은 나중에 실습자료를 공유해주셔서 라이브코딩 때 안심하고 크론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수업 중간 피드백은 단순히 ‘그날 강의 어땠어’를 물어보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 방식을 시도하고 중간 피드백에서 학생들의 생각과 반응을 얻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물어보는 방식이 피드백을 받을 때 더욱 유의미한 데이터로 남았다.
학생들이 체감한 나의 강점
라이브 코딩
지금까지 내가 너무도 놀라운 건, 라이브 코딩을 준비하는 강의가 가장 행복하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이걸 하나씩 모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는데 지금은 오히려 문제 해결 과정을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법이라 가장 수월했다. 내 풀이 과정을 보여준다면, 분명히 학생들 본인들만의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다.
AI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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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법] 학생들의 피드백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언급된 강점은 라이브 코딩 능력과 실시간 문제 해결 과정 공유입니다. "라이브 코딩을 보는 것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비동기 테스트가 처음인데 크론이 직접 라이브 코딩을 해주셔서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와 같은 피드백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학생들은 단순히 완성된 코드를 보는 것보다 코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사고방식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실제 개발 환경에서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 Claude 3.7 S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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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라이브 코딩 및 시연 능력: 복잡한 개념이나 문제 해결 과정을 실제 코딩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의 사고 흐름까지 공유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는 학생들이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적용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라이브 코딩 재밌어요~! 크론이 항상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줘서 좋아요.", "직접 시연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 Gemini 2.5 Pro (experimental)
생각하는 힘 기르기
특히 수업 중간중간마다 ‘크론’이라는 강의자는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물음표 공격으로 학생들에게 끝없이 질문했다.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이 질문을 통해 스스로 탐구할 힘을 기르고, 알고 있지만 암기에 그친 학생들에게는 정말 본인이 이해하고 활용하는 개념인지 돌아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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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을 따지다 보면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왜 굳이 굳이 타입스크립트를 쓰고 배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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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할 내용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많은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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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러분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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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내용을 빠르게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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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많은 내용을 습득하면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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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테스트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걸 확인했으면 충분한 거 아닌가? 왜 E2E 테스트를 해야 할까?
가끔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이 힘든 순간이 될 수도 있는데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통이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외운 내용을 활용하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100% 이해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강의자가 직접 하나씩 알려주는 것보다 본인이 스스로 성찰할 수 있게끔 질문을 잘 설계하는 것이 강의자의 역할이 아닐까?
다양한 교수법 활용
작년에도 라이브 코딩, 실습, 토론, 발표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활용했었다. 심지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어려운 개념을 설명해 주면서 차근차근 밀착 케어 빌드업을 활용한 교수법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작년하고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업의 통제권을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은 점이다. 이전에는 수업의 통제권이 넘어가서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진행될까 봐 학생이 손을 드는 것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또는 동료 코치의 보충 설명으로 인해 잠시 턴이 넘어가는 것도 걱정했다. 동료 코치가 의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내게 손을 들고 질문한 적도 있었는데 잠시라도 턴이 넘어가는 모든 순간이 마치 일촉즉발 할 것 같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올해에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도했더니 정반대의 두려움을 품게 됐다. 내가 설명한 부분에 관해 학생들이 반응이 없거나 질문하지 않는 순간이 가장 두려웠다. 이제는 수업 주도권이 잠시 학생이나 동료 코치에게 넘어가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전 기수에서 동료 코치가 수업에서 도와줄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활용해 보시라고 거듭 강조하셨었는데 두려움에 내심 요청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마지막 시간에는 동료 코치와 함께 학생들의 Q&A를 소화하는 시간으로 편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바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작년 같았으면 나의 주도권이 넘어가면 몹시 불안했을 텐데 이제는 동료에게 마음 편히 바통을 넘길 수 있었다.
학생들도 체감한 아쉬운 부분
과도한 자기 비판
라이브 코딩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이면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했던 마음과 모순되게도, 내가 막상 라이브 코딩에서 그다음 작업을 뭘 해야 할지를 까먹게 되면 막상 당황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이 흐름을 잡지 못했던 나에 관해 그 순간 실망하나 보다. 3월 하순으로 달릴수록 컨디션이 소진되는 느낌이 강했는데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하고 다음 날 강의를 하게 되면 ‘브레인 포그’가 찾아왔었다. 이때 다음에 내가 해야 할 말이나 흐름을 놓치게 되는 경우에 당황했었던 것 같다. ‘완벽주의 갑옷’을 내려놓고는 있지만, 가끔은 컨디션이 저조할 때 뇌가 무의식중에 다시 완벽주의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라이브 코딩을 혼자 무대에 올라서 연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주곡’으로 여기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
타인의 평가 기준과 자기 평가 기준의 불일치
학생들이 느낀 과도한 자기 비판적 태도는 동료(코치)들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어쩌면, 내가 기대하는 ‘나’의 모습이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기준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점에 집중하고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코치 역량 강화 워크숍에서 ‘나의 경험 조각’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었는데 ‘성실성’과 같은 피드백을 받았었다.
동료들이 피드백으로 준 나의 경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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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성실하다. 운동이든 교육이든 본인이 푹 빠져서 몰입하고 게으름이거나 요령을 피우지 않음. (작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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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성으로는 코치 중 따라갈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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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성이 높은 것은 인정. 하지만 가끔씩 극강의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크론을 보며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음… 이걸 받아 든 생각은 ‘
내가 극강의 성실성을 보인다고? 과연?’이었다. 그래서 동료들한테 물어봤다. 다른 사람(동료)들은 자신을 위해서 친구나 지인과의 만남으로 식사도 하고 교류하는 반면에, 나는 그런 휴식 활동이 ‘잠’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에 그치지 않다 보니까 극강의 성실성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AI(Claude 3.7 Sonnet) 분석
[사회적 비교 이론] 동료들의 관찰은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의 흥미로운 역학을 보여줍니다. 동료들은 사용자님의 성실성을 자신들과 비교하여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평가하는 상향 비교를 하는 반면, 사용자님은 자신의 내적 기준과 이상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휴식 활동이 '잠',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음"이라는 관찰은 사용자님의 내적 기준과 사회적 표준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지속적인 불만족과 소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인식심리학] 사용자는 내부적으로 자신이 달성해야 할 이상적 성실성 수준과 실제 자신의 성실성 사이의 간극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외부 관찰자는 사용자의 행동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이때 사회적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실성을 인식합니다. 내적 기준과 외적 평가의 이러한 불일치는 지속적인 자기향상 동기의 원천이 되지만, 동시에 자신의 성취를 충분히 인정하지 못하는 원인이 됩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수업
생각보다 강의의 흐름을 끊고 쉬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건 내 개인적인 특성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식’을 하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몰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명절 연휴로 한 주를 통째로 휴일이 있는 경우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볼일이 없다면 굳이 휴가를 쓰지 않고 몰아 쓰는 버릇이 여기서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3월에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얼 했고, 어디에 있었으며, 그때의 내 감정 상태가 어땠는지를 모두 상세하게 입력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체 추적했다. 원래는 에너지 소모의 정도를 AI 분석에 맡겼는데 유의미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게 진정한 의미의 휴식 시간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멍때리거나 느긋하게 누워만 있을 수도 있는데 나는 ‘휴식’이라고 적은 시간에도 집안일이나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겠다’는 강박적인 삶의 태도가 강의에도 반영된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됐다.
에너지 분석 보고서 - 내면 상태 개요 (2025년 03월 31일) / Gemini 2.5 Pro (experimental)
내면 상태 개요
2025년 3월 31일 당신의 내면은 마치 강력한 엔진을 가졌지만 연료는 거의 바닥나고 차체는 삐걱거리는 경주용 자동차와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열망과 의지는 강렬하게 타오르지만(높은 감정 에너지), 생각의 길을 밝힐 헤드라이트는 꺼져 있고(인지 에너지 고갈), 실제 바퀴를 굴릴 동력(신체 에너지)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뜨거운 열정과 극심한 소진 상태가 위태롭게 공존하며, 나아가려는 의지와 멈추라는 몸의 신호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AI도 내게 충고하기를 활동 영역에 ‘휴식’이라고는 적었지만, 대부분의 휴식은 계속 인지적으로나 감각적으로나 계속 자극을 받는 활동으로 채워져 있단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운동할 때 세트 간 휴식 시간에 멍때리는 게 유일한 휴식이자 안식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런 시간을 따로 마련해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결국 내가 먼저 제대로 쉬어야 다른 사람들과도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의 기록 속 '휴식' 시간들은 활동의 연속성을 잠시 멈추는 '틈'이었을지는 몰라도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심신을 온전히 이완시키고 회복하는 '진정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마치 고성능 컴퓨터가 잠시 대기 모드에 들어갈 뿐, 완전히 전원을 끄고 시스템을 식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과 같습니다.
노트북으로 얼굴 가렸던 이유
일부 학생들은 노트북이 나를 가리고 있으니 제대로 소통할 수 없었다는 점이 나도 아쉬웠다. 가끔은 라이브 코딩을 하다가 이해했는지 표정을 보고 이해하려고 하는데 항상 왼쪽에 앉은 학생하고만 눈을 마주쳤다.
2월 어느 월요일에 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어깨뼈에 담이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누워서 고개를 드는 동작을 할 때 왼쪽 극하근이 몹시 아팠다. 통증의학과에 진료를 받으니 의사 선생님은 목의 신경 부위와 연결되어 있어 극하근까지 영향이 간다고 하셨다. 좀 더 나빠지게 될 경우 더 아래쪽까지 영향이 간다고 하셨다. 제2의 의심 증상으로 목 디스크가 갑자기 터졌을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이 경우에는 MRI 검사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하셨다. 다행히, 목 디스크는 아닌 것 같지만 당분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강의 내내 노트북 스탠드를 강의장에 설치하게 됐는데 고개 정면이 가려져 있어서 학생들을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실시간 Slack 스레드를 통해서 의견을 나누긴 했지만, 강의장에 있는 모든 학생과 눈을 마주칠 방법을 궁리해 보려 한다.
레벨1을 마치며
프로그래밍을 ‘예술’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듯이 교육도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혼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나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학생들의 피드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개선해야 할 숙제로 보며 점진적인 발전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편안하게 안전지대를 뛰어넘을 수는 있었으나, 강의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확실히 버거웠다. 올해에는 모든 교육 분야를 대상으로 ‘웹 기초’,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다양한 강의도 시도했는데 이런 과정에서 체력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많은 소진을 경험한 듯하다. 하지만, 이건 정말 ‘소진’이 되었다는 느낌이지 ‘괴롭다’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게는 고장 난 브레이크를 수리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일상에서 점진적으로 시도해 볼 예정이다.
지금 이 순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성장은 계속될 거니까.
레벨1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나는 급속 충전을 위해 안전 기지에 왔다. 이곳을 달리며 본 멋진 문구를 보게 됐다. ‘꿈꾸는 새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는 문구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걸까? 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이며, 날개를 끝까지 펼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