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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 6기 레벨1 강의 회고

6기 레벨1 전담을 선언하다

2022년 하반기에 합류한 뒤, 본격적으로 우아한테크코스 한 기수를 한 바퀴 돈 것은 2023년도 5기가 처음이다. 5기에서는 동료 코치가 레벨1 강의의 3/4을 주도하고 나머지 1/4 지분을 내가 주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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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학기)은 웹 프런트엔드 과정에서 사용되는 언어인 자바스크립트와 타입스크립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해지고 관련된 전반적인 키워드를 같이 챙겨 가는 식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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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교육기관이라면, 하나의 교재를 선정하고 교재의 목차에 맞춰서 진도를 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레벨1 중에 4가지 과제(미션)를 만들고 이 과제에서 관련된 키워드를 함께 챙기면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교육한다. 강의도 개념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훑기보다는, 해당 미션에서 챙길 수 있는 키워드나 교육생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챙겨 준다. 2023년도 5기에서는 영화 리뷰 하나의 미션 키워드로 강의를 하다 보니 4번밖에 강의할 수 없어서 아쉬웠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레벨1 미션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잘해 볼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잘 소화할 줄 알았지만, 다소 서툴렀던 나의 레벨1 전후 과정을 돌아보려 한다.

개강하기 전 나의 상태

6기 선발을 마치고 성탄절부터 설날 전까지 약 1.5개월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은 지난 기수 때 받은 교육생들의 피드백과 회고에서 정리한 내용을 통해서 미션이나 강의에 보완할 부분을 정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개강 후 나의 상태

개강 하루 전, 수업 오리엔테이션 강의에서는 크게 준비할 만한 기술적인 내용이 없었다. 간략한 소개와 함께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미션을 진행하고 리뷰를 받는 과정 그리고 전반적인 내용만을 소개하면 됐다. 그런데도 왜 나는 쓸데없이 긴장을 많이 했을까? 전날 밤 잠자리에 들 때에도 눈을 감으면 내가 준비한 내용을 토대로 강의하는 시나리오가 돌아갔다. 멈출 수 없이 강제로 반복됐다. 결국 밤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늦을 수도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전체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소개하기

출근하고 나니 전체 오리엔테이션 시간에서 각 코치별 소개 시간이 주어졌다. 1분 동안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는 급작스러운 미션도 주어졌다. 급한 마음에 나를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너무도 막연해서 급하게 Chat GPT를 켜고 도움을 구해 문장을 재빨리 만들었다. 다행히 전체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프롬프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요청 프롬프트
안녕하세요, 저는 웹 프런트엔드 코치 크론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제 소개는 “모든 꽃이 봄에 피지 않는다“로 정해 봤는데요. 우리 삶에서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옆에 앉아 있는 크루들과 함께 성장하겠지만, 각자의 성장에는 시간과 속도 차이가 있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에서 얻는 성장과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수료할 때까지 많은 성장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롬프터를 보면서 말하고 있는 도중 동료 코치의 재치 있는 멘트를 봤다. “혹시 대본이 있으신가요”라는 댓글에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웃음을 삼키는 게 제일 힘든데 그래도 다행히 잘 넘어갔다. 휴, 다행이다. 이렇게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 오리엔테이션

작년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면 내 눈은 노트북 렌즈와 마주치면 되고 독립된 공간에서 편안하게 진행하면 된다. 질문이나 수업 중 필요한 이야기는 채팅창을 통해 유입된다. 그러나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이런 안정감 있는 상태에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없었다. 눈동자를 마주치기만 해도 “저 학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이 긴장됐다. 조금이라도 수업 한 마디 한 마디 진행하고 수긍하거나 끄덕이는 반응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느꼈다. 시간 안에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긴장감이 고조되어 말이 빨라지기도 했다.
오리엔테이션 강의 후, 이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해서 마냥 정비 기간에 수업을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전날 수업을 준비하는데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강의 흐름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매끄럽게 준비할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이것이 벼락치기와 몰입의 효과였을까? 제한된 시간 안에 무언가 끝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효율을 올렸던 것 같다. 이러한 효과도 강의를 준비할 때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점이라면 오리엔테이션 수업에서 교육생 중 아무나 호명해서 물어보면 내가 의도했거나 생각했던 대답을 잘했다. 개강 전 불안함을 느낀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수월하게 강의를 준비할 수 있었다.

고민거리

이전에 5기를 떠나보내면서 두 번째 만남도 첫 번째만큼이나 설레기를 바랐고 나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유지하면서도 고장나고 싶었다. 인간미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짐했던 것과는 다르게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고 인간미보다는 완벽함을 보이려고 했다. 알 수 없는 불안한 감정과 함께 고장 나지 않으려 애썼다.
양극단의 교육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날 무렵, 항상 강의 중간 피드백을 받았다. 강의 중간 피드백을 보면 대부분의 10명 중 8명 남짓의 학생들은 만족스러워했지만, 1명은 수업 내용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머지 1명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왕이면, 모든 수강생이 수업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꾸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지기 전과 후의 생각은 같았다. 모든 교육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강의는 없다는 것이 곧 결론이었다. 개발하면서 유형별 모든 테스트 코드를 다 작성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유형의 테스트 코드를 짜려고 하는 모순적인 생각을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아닐까? 심리학에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교육생들의 실력이 좀 더 향상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이왕 내가 고생한 만큼 교육생들에게도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드백 반영하여 강의하기
수업 시작 전, 매주 커리큘럼 회의를 한다. 이 회의를 통해서 같은 웹 프런트엔드 분야 코치에게 강의의 구성에 관해 피드백을 받는다. 미션 중간에 “객체의 상속, 합성”, “함수형”과 관련된 피드백 강의를 해야 했다. 미션을 진행 중인 교육생들 사이에 가서 잡담을 나누다 보면, 교육생들이 내게 객체나 함수에 관해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쯤 되면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을 통해서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이전 기수 교육생들에게도 물어봤다.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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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45%의 학생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아주 동일하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그러나, 18%의 학생은 이 강의를 힘겨워했다. 다만, 어려운 내용인 만큼 진행을 조금만 더 천천히 했으면 좀 더 많은 교육생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 강의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 기수 크루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려고 강의 녹화본을 공유했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교육생들이 학습 목표에서 멀어진 순간
점심 뭐 먹지 미션에서는 “컴포넌트 단위로 생각하고 개발”을 학습 목표로 뒀지만, 컴포넌트 단위를 생각하고 나누는 연습보다는 웹 컴포넌트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 것 같다. 대부분 교육생은 의도한 학습 목표가 아니라 목표에서 동떨어진 고민을 하거나 순서를 바꿔서 고민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중심을 잡고 강의를 이끌어야 할까? 지금 이런 피드백의 외침이 지금은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레벨3~4에 가서는 점차 나의 피드백에 공감해 줄 텐데… 조금이라도 이른 시점에 이들을 학습 목적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이럴 때 나라도 강의로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내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면서 중심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미션에서 의도한 학습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강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떠올린 방법은 ‘라이브 코딩’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사람마다 다르듯이 코드를 전개하는 스타일이 사람마다 다른데 나만의 시각을 보여주면 편향된 관점만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그래서 ‘크론’이라는 개발자는 컴포넌트 단위로 생각하고 개발하기 위해서 어떻게 코드를 작성하는지 참고하라고 이야기하며 라이브 코딩을 진행했다. 사고의 관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릴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오히려 학생들은 이번 강의를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고민될 땐 ‘내가 학생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코드를 작성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미션에서 요구하는 의도를 쉽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컴포넌트 라이브 코딩 강의를 진행한 뒤 학생들의 격렬한 피드백

감정과 생각 돌아보기

수료생에게 도움을 구해볼까?
내가 6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할 때는 5기 크루들에게 슬랙으로 도움을 구했다. 이 강의가 이 시점에서 필요할지, 강의를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될 때마다 피드백을 구했다. 많은 5기 교육생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해 줘서 정말 감동이었다. 당시에는 부정적인 피드백의 무게감에 짓눌려 있었을 때였는데 이들이 나를 구해줬다.
수업을 준비할 땐 한 번에 하나씩 고민해 볼까?
수업을 준비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우면서도 가장 힘들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 효능감을 느끼게 만들어서 미션을 잘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유용함을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동료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지만, 결국 무대에는 내가 올라서야 하므로 이후의 고민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할 때마다 PT 선생님께 받았던 피드백을 떠올렸다.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과감하게 움직여 보세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기를 지키세요
힘은 필요한 만큼만 쥐고 시작하는 겁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이완(신전성 수축)할 때는 이완에만, 수축(단축성 수축)할 때는 수축에만 집중하세요.
당장 내일 해야 할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다음 강의, 그 다다음 강의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자니 여유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경험이나 콘텐츠를 구상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떠오르지 않았던 때가 많았다.
힘이 되는 교육생들의 피드백
생각보다 교육생들은 정말 많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남겨 줬다. 강의를 통해서 교육생이 유용함을 느꼈다는 것이 교육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피드백을 꺼내 볼 때마다 힘이 되었다. “아~ 그래도 나란 녀석, 수업은 제대로 준비하고 있구나… (흡족)”
그리고 교육을 마치고 나서 받은 마지막 피드백. 앞으로 교육생들이 다음 레벨에 가서도 지금의 학습법으로 충분히 성장을 이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