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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 6기 레벨1 강의 회고

6기 레벨1 전담을 선언하다

2022년 하반기에 합류한 뒤, 본격적으로 우아한테크코스 한 기수를 한 바퀴 돈 것은 2023년도 5기가 처음이다. 5기에서는 동료 코치가 레벨1 강의의 3/4을 주도하고 나머지 1/4 지분을 내가 주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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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학기)은 웹 프런트엔드 과정에서 사용되는 언어인 자바스크립트와 타입스크립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해지고 관련된 전반적인 키워드를 같이 챙겨 가는 식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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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교육기관이라면, 하나의 교재를 선정하고 교재의 목차에 맞춰서 진도를 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레벨1 중에 4가지 과제(미션)를 만들고 이 과제에서 관련된 키워드를 함께 챙기면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교육한다. 강의도 개념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훑기보다는, 해당 미션에서 챙길 수 있는 키워드나 교육생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챙겨 준다. 2023년도 5기에서는 영화 리뷰 하나의 미션 키워드로 강의를 하다 보니 4번밖에 강의할 수 없어서 아쉬웠었다(내가 왜 그랬지ㅋㅋ). 그래서 이번에는 레벨1 미션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잘해 볼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잘 소화할 줄 알았지만, 다소 서툴렀던 나의 레벨1 전후 과정을 돌아보려 한다.

개강하기 전 나의 상태

6기 선발을 마치고 성탄절부터 설날 전까지 약 1.5개월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은 지난 기수 때 받은 교육생들의 피드백과 회고에서 정리한 내용을 통해서 미션이나 강의에 보완할 부분을 정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선배 코치들에게 들었을 때 웹 프런트엔드 교육 과정이 가장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운영되는 기간이 2024년 6기가 최초라고 했다. 그럼에도 초보 코치인 내게는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변화냐 안정이냐, 끝없는 내적 갈등

지난 기수에 비해서 획기적인 변화를 줄지, 안정감을 끌어올려서 교육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 좋을지 끝없이 같은 교육 분야 코치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줄다리기하는 과정을 거쳤다. 돌아보면 레벨1의 주도권을 내가 가져가야 하고 레벨1을 어떻게 운영할 것에 관한 기조를 강조했어야 했는데 강한 어조를 보여 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성향이 다른 코치분들은 미션에 변화를 주는 방향을 가끔 제안해 주시기도 했는데 이럴 때마다 나의 멘털도 갈대같이 흔들렸다.

힘들었던 점

알 수 없는 교육생의 역량 수준
불확실성은 내게 정말로 큰 두려움이다. 그래서 강의를 준비하더라도 대략적인 교육생의 역량 수준을 설정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선배 코치들은 우리가 설정한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교육생이 들어와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셨지만, 처음 준비하는 나로서는 두려움을 해소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강의 분량
전담할 수 있겠다던 패기(?)는 어디 가고 개강 후 시간은 많았지만, 막상 15회차나 되는 많은 강의를 혼자서 다 소화하려고 하니 겁이 났다. 수업 중 어떤 포인트를 짚어서 강의해 주면 좋을지 공략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했고 강의를 어떤 흐름으로 진행해야 할지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전임 코치가 이미 많은 내용을 문서화해 주셨지만, 이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다. 레벨1 강의의 자율성을 내가 가져가는 만큼 나만의 언어로 풀어서 강의할 만한 내용과 소재를 준비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많은 내용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많은 만큼 불확실성도 커서 준비보다는 불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뭘 준비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에 멈춰 있었던 것이 컸다. 아무리 지난 기수의 녹화된 영상을 보더라도 어떻게 수업을 구성하면 좋을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준비가 잘되지 않는다고 해서 멈춰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매주 커리큘럼 회의를 통해서 내가 준비하는 부분을 공유해야 했다. 도움을 구할 부분들을 요청하고 나머지 강의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구상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불안감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내게는 매주 회의 시간이 숙제 검사 시간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풀지 않은 숙제를 가져가서 혼나는 느낌으로 동료 코치들 앞에서 내용을 공유했던 것 같다. 이때를 지나고 보면, 혼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두려운 감정이나 막연하다 싶은 감정을 먼저 공유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일단, 안정부터 찾기

우아한테크코스는 설날 직후에 개강한다. 개강 일주일 앞,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는 쉼의 기간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생들 앞에 나가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일단 마음의 안정이라도 취하면 괜찮아질까 싶어 속초로 피신했다. 바다를 보면 긴장된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완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잠시나마 마음은 이완되었지만,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온 순간 긴장은 시작됐다. 마지막 공휴일까지 쉼을 즐기지 못하고 불안함에 개강일을 맞게 되었다. 개강 전날,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준비해야 했는데 강의를 준비하는 내내 현실 도피를 하게 되었다. 내내 도피하다가, 이렇게 다음날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교육생들을 마주칠 면목이 없어 밤새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준비하게 되었다.

개강 후 나의 상태

개강 하루 전, 수업 오리엔테이션 강의에서는 크게 준비할 만한 기술적인 내용이 없었다. 간략한 소개와 함께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미션을 진행하고 리뷰를 받는 과정 그리고 전반적인 내용만을 소개하면 됐다. 그런데도 왜 나는 쓸데없이 긴장을 많이 했을까? 전날 밤 잠자리에 들 때에도 눈을 감으면 내가 준비한 내용을 토대로 강의하는 시나리오가 돌아갔다. 멈출 수 없이 강제로 반복됐다. 결국 밤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늦을 수도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그런데 출근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정신을 팔고 있다가 지하철을 한 정류장 놓쳤다. 심지어, 다시 역방향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바로 건너편 플랫폼이 역방향인 줄 알고 무작정 기다리다가 시간만 더 버렸다. 지하철 정류장을 놓쳤던 적은 10년 이래로 없었는데 이 정도로 긴장했던 걸까?

전체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소개하기

출근하고 나니 전체 오리엔테이션 시간에서 각 코치별 소개 시간이 주어졌다. 1분 동안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는 급작스러운 미션도 주어졌다. 급한 마음에 나를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너무도 막연해서 급하게 Chat GPT를 켜고 도움을 구해 문장을 재빨리 만들었다. 다행히 전체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프롬프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요청 프롬프트
안녕하세요, 저는 웹 프런트엔드 코치 크론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제 소개는 “모든 꽃이 봄에 피지 않는다“로 정해 봤는데요. 우리 삶에서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옆에 앉아 있는 크루들과 함께 성장하겠지만, 각자의 성장에는 시간과 속도 차이가 있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에서 얻는 성장과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수료할 때까지 많은 성장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롬프터를 보면서 말하고 있는 도중 동료 코치의 재치 있는 멘트를 봤다. “혹시 대본이 있으신가요”라는 댓글에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웃음을 삼키는 게 제일 힘든데 그래도 다행히 잘 넘어갔다. 휴, 다행이다. 이렇게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 오리엔테이션

작년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면 내 눈은 노트북 렌즈와 마주치면 되고 독립된 공간에서 편안하게 진행하면 된다. 질문이나 수업 중 필요한 이야기는 채팅창을 통해 유입된다. 그러나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이런 안정감 있는 상태에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없었다. 눈동자를 마주치기만 해도 “저 학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이 긴장됐다. 조금이라도 수업 한 마디 한 마디 진행하고 수긍하거나 끄덕이는 반응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불안감에 휩싸여 설명을 곁들이게 된 것 같았다. 시간 안에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긴장감이 고조되어 말이 빨라지기도 했다.
오리엔테이션 강의 후, 이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해서 마냥 정비 기간에 수업을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전날 수업을 준비하는데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강의 흐름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매끄럽게 준비할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이것이 벼락치기와 몰입의 효과였을까? 제한된 시간 안에 무언가 끝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효율을 올렸던 것 같다. 이러한 효과도 강의를 준비할 때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점이라면 오리엔테이션 수업에서 교육생 중 아무나 호명해서 물어보면 내가 의도했거나 생각했던 대답을 잘했다. 개강 전 불안함을 느낀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수월하게 강의를 준비할 수 있었다.

힘들었던 점

이전에 5기를 떠나보내면서 두 번째 만남도 첫 번째만큼이나 설레기를 바랐고 나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유지하면서도 고장나고 싶었다. 인간미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짐했던 것과는 다르게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고 인간미보다는 완벽함을 보이려고 했다. 알 수 없는 불안한 감정과 함께 고장 나지 않으려 애썼다.
양극단의 교육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날 무렵, 항상 강의 중간 피드백을 받았다. 강의 중간 피드백을 보면 대부분의 10명 중 8명 남짓의 학생들은 만족스러워했지만, 1명은 수업 내용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머지 1명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왕이면, 모든 수강생이 수업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꾸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지기 전과 후의 생각은 같았다. 모든 교육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강의는 없다는 것이 곧 결론이었다. 개발하면서 유형별 모든 테스트 코드를 다 작성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유형의 테스트 코드를 짜려고 하는 모순적인 생각을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아닐까? 심리학에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교육생들의 실력이 좀 더 향상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이왕 내가 고생한 만큼 교육생들에게도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피드백
수업 시작 전, 매주 커리큘럼 회의를 한다. 이 회의를 통해서 같은 웹 프런트엔드 분야 코치에게 강의의 구성에 관해 피드백을 받는다. 강의 후에는 설문을 통해 교육생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수강생에게서 받는 피드백도 무게감을 느끼지만, 동료 선배 코치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더욱 무게감을 느꼈다. 일례로 나는 미션 중간에 “객체의 상속, 합성”, “함수형”과 관련된 피드백 강의를 해야 했다. 미션을 진행 중인 교육생들 사이에 가서 잡담을 나누다 보면, 교육생들이 내게 객체나 함수에 관해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쯤 되면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을 통해서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이전 기수 교육생들에게도 물어봤다.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료 코치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쯤 되면 아직 프로그래밍 전반적인 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시점이 이르다고 했다. 예시에도 충분히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직접 물어보며 고민했던 과정과 생각을 비교하면, 동료들의 생각보다는 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동료들 앞에서 소신껏 주장하지는 못했다. 동료들은 나보다 교육 경력이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마치, 개발 경력이 없는 교육생이 현장에서 일하는 리뷰어의 코드 리뷰를 받았을 때 느끼는 무게감과 비슷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내 생각보다는 동료들이 더 맞을 것 같다고 이율배반적으로 생각했다. 선배 동료들의 피드백이 너무 무거웠지만, 그래도 패러다임 강의는 개강 전부터 힘을 주고 준비했던 것이라 여기서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 이유가 있는 조언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나의 소신껏 진행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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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45%의 학생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아주 동일하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그러나, 18%의 학생은 동료 코치들이 예상하는 피드백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다만, 어려운 내용인 만큼 진행을 조금만 더 천천히 했으면 좀 더 많은 교육생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 강의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 기수 크루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려고 강의 녹화본을 공유했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교육생들이 나의 답변에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순간
이전 기수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다. 레벨1 정도에는 코치가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정답”처럼 들릴 시기라는 것이다. 항상 이맘때 “~가 맞나요?”라거나 “~는 틀린 건가요?”로 종결되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코치에게 의견이나 조언을 구하지만, 생각보다 이것은 답변을 구하는 의도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내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정답이 되고 학습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었다. 심지어, 수업 초반에 적절한 것과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프로그래밍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했지만, 여전히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5기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답변을 하는 것에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특히 학기 초반에 “~과 ~중 ~가 맞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초반에 굉장히 많이 한다. 교육자인 나로서는 하나의 시각을 대변하지 말고 중립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한국사 강사가 현대사 강의를 할 때 정치적 중립을 잡는 것과 같은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의 주관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 주관을 주입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교육생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정답을 추구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경우에는 지금처럼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할지, 아니면 그래도 나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교육생들이 학습 목표에서 멀어진 순간
점심 뭐 먹지 미션에서는 “컴포넌트 단위로 생각하고 개발”을 학습 목표로 뒀지만, 컴포넌트 단위를 생각하고 나누는 연습보다는 웹 컴포넌트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 것 같다. 대부분 교육생은 의도한 학습 목표가 아니라 목표에서 동떨어진 고민을 하거나 순서를 바꿔서 고민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중심을 잡고 강의를 이끌어야 할까? 지금 이런 피드백의 외침이 지금은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레벨3~4에 가서는 점차 나의 피드백에 공감해 줄 텐데… 조금이라도 이른 시점에 이들을 학습 목적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이럴 때 나라도 강의로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내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면서 중심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미션에서 의도한 학습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강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떠올린 방법은 ‘라이브 코딩’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사람마다 다르듯이 코드를 전개하는 스타일이 사람마다 다른데 나만의 시각을 보여주면 편향된 관점만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그래서 ‘크론’이라는 개발자는 컴포넌트 단위로 생각하고 개발하기 위해서 어떻게 코드를 작성하는지 참고하라고 이야기하며 라이브 코딩을 진행했다. 사고의 관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릴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오히려 학생들은 이번 강의를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고민될 땐 ‘내가 학생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코드를 작성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미션에서 요구하는 의도를 쉽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컴포넌트 라이브 코딩 강의를 진행한 뒤 학생들의 격렬한 피드백
실패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우아한테크코스 교육생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서를 작성하고 최종 코딩 테스트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이때 지원서에 물어보는 항목 중 “성장 중 겪은 실패와 극복”이라는 문항이 있다.
성장 중 겪은 실패와 극복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성장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의 성장을 위한 경험 중 실패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고 여기서 얻은 배움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런 경험이 현재 여러분의 성장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혼자 겪은 경험도 좋고, 타인과 함께한 협업과정에서의 실패와 어려움도 좋습니다.) (1000자 이내)
부끄럽지만, 나는 실패한 경험으로 쓸 만한 소재가 없는 것 같다. 자퇴도 하고, 두 번의 공직 생활 경험을 롤백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낭비된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남들보다 빨리 달려야 했다. 그렇기에 실패가 두려웠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나날이 나 자신을 채근하며 달렸다. 정말 운 좋게 공무원 시험을 단기간에 두 번이나 합격하는 쾌거를 이룩했지만, 어쩌면 내가 독(毒)이 든 성배를 마신 것은 아닐까? 그 비용을 톡톡히 치렀던 것 같다. 실패할 경우 어떤 비극을 초래할지 모르니 일단 성공은 해야겠고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즐겁게 할 수 있는 강의의 자리가 시험대가 되어 버린 듯했다. 실패를 통해서 얻는 교훈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실패 자체를 두려워해서 어떻게든 또 독이 든 성배를 마시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불규칙한 패턴
강의 전에는 항상 일정한 시간에 운동하고 일정한 시간에 근무하는 것으로 생활 패턴을 맞췄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고 나서부터는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게 틀어졌다. 미리 강의를 준비할 수도 있지만, 교육생들의 코드 컨디션이나 궁금할 법한 내용들을 그때그때 반영하거나 점검하는 것은 강의 직전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강의에 도움이 될 법한 아이디어는 강의 전날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의 전날은 솟구치는 아이디어를 반영하면서 정제하는 일을 했다. 이렇게 강의를 준비하기 전 날은 밤늦게까지 작업해야 했다. 다행히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회사 시스템 덕분에 강의한 당일날은 빠르게 퇴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쾌적한 시간대에 운동하며 일과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레벨1 동안 강의를 준비했던 시기 나의 루틴
하지만, 강의 당일날 새벽 늦게까지 일하게 되면서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그러다 보니 잠이 제때 들지 않는 때도 많았다. 그리고 강의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끊임없이 떠올라서 잠들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규칙한 패턴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그래서 피로가 쌓인 몸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카페인으로 각성시켰고 온갖 영양제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으나 몸은 오히려 더 고장 나는 것 같았다. 브레인 포그 현상까지 찾아왔다. 회의에서 누군가 좀 전에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답변할 내용을 잊어버리는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더러 있었다. 불규칙한 패턴은 확실히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다시 이전의 패턴을 되찾아서 건강한 컨디션으로 근무할 수 있기를…

레벨1을 마친 나의 상태

여행하려고 숙소를 다시 예약했다. 원래는 이 기간에 해외로 떠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냥 바다를 보며 멍하니 쉬고 싶었다. 익숙지 않은 장소와 같이 낯선 환경에서는 내가 또 긴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려 바다를 볼 수 있는 장소를 골랐다. 그러면서,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고 배경만 바뀐 채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곳으로 골랐다. 잠시 바다를 보며 멍때리고 낯선 장소에서 혼자 차분히 운동할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이제 잠시나마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동안 걱정했던 모든 곳을 바다에 흘려 버리고 싶다.

감정과 생각 돌아보기

삼키지 말고 표현해 볼까?
한 번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는 욕심이 큰 내게는 “어려워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매주 코치님들과 함께하는 커리큘럼 회의에서 내가 앞으로 진행할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 동료 코치들이 1의 강도로 피드백했다면, 내게는 5배 정도의 강도로 내리꽂혔다. 그런데도 이런 피드백이 부담스럽다는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 피드백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마냥 피드백을 지나치기에는 내게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는 마음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내가 경험해 보는 것이 좀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믿어 볼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어려움이 있다면 표현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는 가장 필요한 순간이었다. 아마 차츰차츰 경험이 쌓이면 괜찮아질 것 같다.
6기 강의를 준비할 때 5기에게 도움을 구해볼까?
내가 6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할 때는 5기 크루들에게 슬랙으로 도움을 구했다. 이 강의가 이 시점에서 필요할지, 강의를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될 때마다 피드백을 구했다. 많은 5기 교육생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해 줘서 정말 감동이었다. 당시에는 부정적인 피드백의 무게감에 짓눌려 있었을 때였는데 이들이 나를 구해줬다.
사실,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강의를 준비한 이후에는 여러모로 심신이 지쳤었다. 다음 강의를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길지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5기 교육생인 “코난”과 “우코”한테 놀러 올 수 없느냐고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그들이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정말 다행히도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수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고 평소보다 차분한 어조로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 기수 교육생들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수업을 준비할 땐 한 번에 하나씩 고민해 볼까?
수업을 준비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우면서도 가장 힘들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 효능감을 느끼게 만들어서 미션을 잘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유용함을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동료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지만, 결국 무대에는 내가 올라서야 하므로 온전히 동료들에게 맡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섬세한 고민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할 때마다 PT 선생님께 받았던 피드백이 떠올랐다.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과감하게 움직여 보세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기를 지키세요
힘은 필요한 만큼만 쥐고 시작하는 겁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이완(신전성 수축)할 때는 이완에만, 수축(단축성 수축)할 때는 수축에만 집중하세요.
당장 내일 해야 할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다음 강의, 그 다다음 강의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자니 여유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경험이나 콘텐츠를 구상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떠오르지 않았던 때가 많았다.
몹시 긴장될 때는 온라인으로 진행해 볼까?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강의하는 것이 괴롭지는 않다. 하지만, 두렵고 떨린다. 항상 크루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해 주면 좋을지 고민하기 때문일까? 실수하게 됐을 때 교육생들도 같이 헤매게 될 것 같단 느낌 때문에 너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실수할 걱정을 미리 했기 때문일까?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 타이핑하면서 코드를 설명해야 하고 이와 동시에 학생들의 눈도 마주쳐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눈을 마주치면 그들의 반응을 읽게 된다. 이때 눈동자를 보면서 저 친구가 내 설명을 이해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다 보니 계속해서 긴장이 증폭되나 보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면 화면을 보고 적절히 렌즈를 응시하면 된다. 격리된 공간에서 혼자 편하게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수업 중간에 인터럽트가 들어오는 경우도 없다. 눈동자를 마주치면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되니 긴장이 증폭되지도 않는다. 다만, 여전히 송출된다는 부담감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있다.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수업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내가 “긴장되어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교육생이 내게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동안 나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면서 긴장한다고 생각했지만, 교육생들은 긴장한 티를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힘들 때 글을 써서 마음을 정리해 볼까?
레벨1 중반부, 5기 선배들이 6기 후배들을 위해 준비한 짧은 발표 준비 시간이 있었다. 이 교육생은 자신이 우아한테크코스 교육 과정 중에 쓴 일기를 바탕으로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나눴다. 힘든 시절도 있었는데 자신이 어떻게 하면 이 교육 과정 끝까지 달려갈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들이 보였다. 그 방편 중 하나로 마음이 심란하고 복잡할 때 일기를 썼다고 한다. 상당히 공감됐다. 나도 올해 레벨1 전체 과정을 맡게 된 심리적인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는데 이때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때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회고 글을 작성했다.
지쳤을 때 도움이 되는 교육생들의 피드백
생각보다 교육생들은 정말 많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남겨 줬다. 강의를 통해서 교육생이 유용함을 느꼈다는 것이 교육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한 마디로 종결되는 피드백은 힘들 때 두고 꺼내 볼 때마다 힘이 되었다. “아~ 그래도 나란 녀석, 수업은 제대로 준비하고 있구나… (흡족)”
그리고 교육을 마치고 나서 받은 마지막 피드백. 앞으로 교육생들이 다음 레벨에 가서도 지금의 학습법으로 충분히 성장을 이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