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갈 때마다 연말에는 감상에 빠진다. 그럴 때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연말에는 팀에서 특별한 회고를 진행했다. 한 해 동안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 어려웠던 순간, 새롭게 깨닫게 된 순간에 관해 적어 보는 것이었다. 마치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
코치와 수다 타임에서 “계획대로 사는 법”을 공유했을 때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격주 금요일마다 한 사람의 코치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30분간의 인터뷰 타임이 있다. 예외 없이 나도 코치와 수다 타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마침 프로그램의 포맷이 변경될 무렵이었다. 기존에는 설문지를 통해 질문을 받고 답변해 주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코치가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고민이 많았다. 교육생들은 내게 어떤 점에 관해 궁금해할까? 주변 교육생들에게 나에게 궁금한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내가 계획을 짜고 계획한 대로 사는 삶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교육생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계획한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신만의 색깔이 짙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철저하게 계획하면서 살게 된 것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면서부터였다. 배수진을 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1년간의 자신과 지난한 싸움을 해야만 했는데 여기서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이때부터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2016년도 군무원, 2018년도 공무원 2번의 합격을 쟁취하면서 계획대로 사는 것은 나만의 성공 방정식이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 슬라이드로 나만의 스토리를 담아 풀어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도했는데 이때 내가 왜 계획대로 살아가려고 했는지, 내가 그동안 계획대로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려웠던 순간
회사 콘퍼런스 준비했을 때
깔끔하게 문서를 정리하고 발표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굉장히 좋아한다. 교육자가 되면 아무래도 정돈된 발표 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진행하는 것에 최적화된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 아닐까? 그런데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낀다. 특히, 콘퍼런스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어떤 반응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내게는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사람이 북적이는 장소를 싫어하는 탓에 콘퍼런스 현장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런 내게 처음 준비할 때 어떤 흐름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발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막막했다. 특히, 발표 내용을 준비하면 핵심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실제 발표에서 이것을 놓치고 발표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을 졸이며 연습하곤 했다. 마치, 시험 공부를 할 때 ‘시험장에서 이 내용을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심정과 비슷했다. 아무리 연습할 때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실전에서 발휘하지 못하면 꽝이니까.
콘퍼런스는 오프라인이고 장표 스크립트조차 흘깃 보는 것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발표와 관련된 내용을 깡그리 암기해야 했다. 게다가 발표는 단독이 아니라 프런트엔드 교육 분야 동료 교육자분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진행되는 부분이다 보니 같이 연습 시간을 잡아서 진행해야 했다. 처음에는 협업하는 과정 자체가 내게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동준님께서 최대한 내 여건에 맞춰 주시면서 심신의 안정을 도와주셨다.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혼자서 매듭짓는 일보다 여러 사람과 협업하고 피드백을 진행한 일이 더욱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 콘퍼런스 역시, 동준님 덕분에 더욱 좋은 모습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유연함이 부족한 내게는 까딱 잘못하면 연극이 될 수도 있었는데 동준님의 유연함으로 연극이 아닌 대화로 마무리하게 된 것 같다. 여전히 개선되면 좋은 부분은 있겠지만, 아쉬움은 없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깨달은 것
힘은 꽉 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올해, 운동을 배우면서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은 그것은 정말 필요한 힘만 들이고 불필요한 힘을 빼는 것이었다. 가슴 운동을 하는데 동작 내내 불필요한 힘을 꽉 쥐고 시작해서 온몸이 과도하게 긴장하는 습관으로 하여금 가슴 근육의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코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동작 내내 고정하고 무게는 가슴 근육에 실릴 수 있도록 던져주기만 하면 되는 건데 엉뚱하게 바벨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고 마음의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본질에 집중하면 어렵지 않은데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그저 잘해야겠다는 쓸데없는(?) 일념은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고 근성장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 깨달음이 꼭 운동에만 국한되지는 않은 것 같다. 힘부터 꽉 주면서 시작했던 나쁜 운동 습관처럼 내 삶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우아한테크코스에 함께하기 전,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열심히”만” 준비했고 주변에서 보는 시선도 그러했다. 면접과 같은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면 간절함 때문에 과도하게 긴장하고 번번이 나를 완전히 드러내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면접 전에 철저히 준비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내가 이런 대답할 때 면접관이 혹시나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하지?”, “면접관이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에 가로막혀 온전히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오히려 준비한 만큼 망치게 되는 것 같아서 우아한테크코스 면접에서는 철저히 연습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합격이라는 간절함을 어렵사리 내려놓고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집중했다. 면접관이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1차 면접 관문을 통과하게 됐는데 2차 관문에서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1차 면접을 진행한 것을 보면 상당히 긴 시간 면접을 진행했던데 뭔가 그렇게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보시는 것 같던데 이번에도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긴장하고 남의 시선을 살피면서 과도하게 수축되던 내게 이런 피드백은 의외였다. 운동할 때 불필요한 힘을 꽉 주고 시작하는 잘못된 습관이 삶에도 녹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겠다”는 다짐 때문에 나는 항상 주어진 과업에서 불필요한 긴장이 많이 들였는데 힘부터 꽉 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나의 잘못된 습관이 아직 고쳐지진 않았다. 교육자로서 강의를 준비할 때 “이 메시지는 꼭 전달해야 하는데 내가 긴장해서 까먹으면 어떡하지?”, “현장에서 질문에 대해 답변할 때 문장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학생들이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이해하게 되면 어떡하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하기 위해 실수하지 않도록 모든 에너지를 쏟아 번번이 연습한다. 그런데 다시금 돌아보면, 오히려 과도한 긴장은 목표에서 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아한테크코스에 합류하면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아무리 내 적성을 발휘하고 좋은 동료를 만나서 행복하더라도 바쁜 일정 탓에 점점 이전을 돌아보는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한 해를 보내면서 단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시기별 업무만 바뀌는 것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올 한 해 여러 이벤트를 통해 의미 있는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년에는 더 좋은 깨달음과 성과가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