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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에서 발견한 교육적 통찰

대학 입시, 공무원 임용 시험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교육 방법을 많이 경험했는데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교육과 어떠한 점이 다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며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출산율”이 아닐까? 점점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될까? 나는 그중 하나가 바로 과열된 경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열된 경쟁은 10대인 학창 시절부터 시작되는데 이를 경험했던 청년들이 피로감을 느껴서 다음 세대를 위한 도약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정된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에서 경쟁은 어쩔 수없다지만, 우리 사회는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학문을 배우면서 효능감을 느끼고 자기 신뢰감을 느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그보다는 등수가 몇 등인지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등수를 가르기 위해 교육에서는 “정답”을 두고 가르친다.
출처: 중앙일보
교육자로 1년간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일하면서 한국 교육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를 통찰하면서 깨닫게 된 점에 관해 글을 적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교육을 진행하면서 수십 년간 배웠던 전통적인 한국의 교육 방식과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지향하는 교육 방식은 상반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의 교육 방식도 이곳에서의 철학이 스며든다면, 좀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한국 교육과 대조되는 모습을 띠는 우아한테크코스의 교육 철학과 관련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발견된 특이한 공부 습관? 서울대가 이 상태라면 더 이상 천재는 없다”라는 영상을 시청하게 되면서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몇 자 적게 되었다.
영상 개요

본질에서 멀어진 한국 교육

교육의 본질보다는 과열된 경쟁을 유도하는 한국 교육

한국 교육 과정에서 나는 교육의 본질을 배우지 못했다. 학창시절을 마친 뒤 교육에 관해 크게 고민할 거리가 없었는데 우아한테크코스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우리가 경험했던 학교처럼 교육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아한테크코스의 특성 중 하나는 등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서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같은 시험 제도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 등수를 매기는 경쟁 체제가 깔려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학습의 본질보다는 시험 점수와 순위에 집중하게 되며, 그 결과 학습의 본질과 멀어지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에서는 상위권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해야 사회적인 성공이 수월해진다. 이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일 것이다.

시험이라는 목적의 변질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험’이라는 것을 보며 자란다. 그렇다면, 시험은 도대체 뭘까? 시험은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인출 연습을 하기 위해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시험’이라고 하는 것을 인출 연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 시험은 그저 ‘얼마나 많이 외우고 맞혔는가’로 학업 성취도로 단정 짓는 목적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시험의 본질이라면, 틀린 문제를 돌아보고 학습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정형화된 시험은 한 학생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아무 의식 없이 공부하도록 만듭니다.
- 앨런 랭어 (現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정해진 답만을 강요하는 한국 교육으로 인해 굳어진 사고

시험으로 점수를 매기기 위해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은 학생 자신들이 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기준은 오로지 공신력 있는 학자들에 의해 편찬된 교과서이며, 교사에게도 이 기조를 따르도록 강요된다. 문제는 그 이상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시험을 볼 때 이러한 일관적인 기준을 두고 문제를 출제한다면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하나의 지식을 배우고 나서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소위 ‘떠다 먹여 주는 강의’라고 불릴 정도로 수험생들에게 학습서부터 시험을 위해 압축된 요약본, 필기 노트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문제의 대부분이 “다음 중 적절한 것은? 다음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와 같이 뻔히 답이 주어진 문제를 푸는 유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이 직접 요약하고 정리하면서 그것을 탐구할 기회는 박탈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얼마나 더 교과서에 적힌 대로 외웠는지가 중요하고 실수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정제된 강의와 요약서를 구입한다. 이렇게 우리는 탐구를 위한 학습이 아닌, 시험에서 정답을 맞히기 위한 태도로 학습하게 된다.

한국에서 시험을 잘 봐야 하는 이유?

그러면 우리는 왜 한국 교육 시험에서 잘 외우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까? 그것은 바로 한국에서는 최근까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해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의 시작에서부터 잘못된 경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어려서부터 협력하는 방법보다 경쟁하는 방법을 우선하여 배워왔을까? 왜 우리는 기출문제, 모의고사를 통해서 수도 없이 많이 훈련하고 밤을 새워 공부해야만 했을까?
만들어 놓은 평가지를 풀다 틀리면 “너는 아니야”라고 학점으로 단정짓고 낙오자로 만드는 이 시스템은 키우는 게 아니라 죽이고 버리고 포기하는 게 되는 거잖아요. - [EBS 다큐프라임] 교육 대기획 시험 4부: 서울대 A+의 조건 중에서
시험 성적표는 학생의 가치와 능력을 결정하고 편견으로 남게 한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며,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습을 어렵게 한다. 결국, 교육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우아한테크코스

진짜 ‘교육’의 정의란 무엇인가?

교육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교육의 정의는 ‘공정한 평가에서 잘 맞힌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 하지만, 교육이란 평가를 꼭 해야만 하고 점수라는 것을 꼭 매겨야 할까? 진짜 교육의 본질적인 의미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자 수단(한국민족문학대백과사전)’이다. 우리의 교육의 목적이 인재를 배출하여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일지, 시험 특화형 인간을 양성하는 것일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매해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는 개발 분야에서는 암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심지어 단순히 외우는 것과 반복되는 작업은 AI가 점점 대신하고 있다.

‘같이’의 가치

우아한테크코스에는 등수를 매기는 제도가 없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경쟁 대신 ‘협업’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기관에서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 미션을 교육생에게 준다. 그중 1단계는 짝 프로그래밍을 하게 된다. 한 줄의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서로 합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같은 문제를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소프트 스킬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하려고 하는지를 보며 나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함께할 때만 누릴 수 있는 경쟁보다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교육

과정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교육생들이 내게 질문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MVC 패턴을 적용하는 것이 맞을까요?”. 하지만, 교육생들은 나의 답변에 당혹스러워한다. 왜냐하면, 정답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기 초, 수업 이후 내가 교육장을 돌아다니는 순간 내 눈에는 라운지에 앉아 있는 어느 교육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 교육생은 내게 고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짝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상대가 MVC 패턴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생각했을 때 MVC 패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적합한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전공자라서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학술적인 근거로 마땅히 반박할 수 없어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왜 그 상대방은 MVC 패턴을 주장하는 것일까? 교육자인 내가 먼저 그 자리에서 생각해 봤다. 아마도 학부 수업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아키텍처가 “MVC”여서는 아닐까? 싶었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적합한 패턴일 수도 있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해 주는지 검증하지도 않고 바로 적용하는 듯이 보였다. 그동안 정답 고르기를 강요하는 한국 교육의 부작용이 프로그램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처럼 우리 교육기관에 와서 과제를 처음 진행하면, 컴퓨터공학 전공 출신 교육생 몇몇은 학부에서 배웠던 패턴이나 자신이 학습했던 유명한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흉내내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리뷰어에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의 교육은 정해진 답을 알고 그대로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과 그 해결 방법을 왜 적용했는지 생각하도록 한다. 우아한테크코스 리뷰어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개똥 같은 코드를 제출하더라도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경험”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공신력있는 개발자가 제시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다듬어진 코드를 제출하여 리뷰어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없다.

회고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작은 단위의 회고를 강조한다. 이 회고에서는 일정 기간 자신의 성과를 돌아보고 피드백을 받았던 점, 개선해야 할 부분 등에 관해 고민하도록 한다. 혼자서 고민할 시간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모둠 단위로 회고를 나누며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회고 과정을 통해서 다음 번에는 내가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이고 다음에 해본다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과거를 성찰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쩌면, 시험으로 등수를 매기는 것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마치며

우아한테크코스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변화를 만든다”는 큰 꿈을 갖고 있다. 관습적으로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익숙한 교육생들에게 유연함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삶의 성공 방식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 근로 여건이 좋고 보상이 많은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내용을 그저 외우고 시험을 잘 보면 된다. 하지만,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생활할 때만큼은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성큼 다가올 AI는 우리와 동일한 시간 학습할 때 같은 시간 훨씬 더 많고 훨씬 더 깊은 학습을 할 수 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과 너무 무모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우리가 제4차산업혁명에 대처할 자세는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년간 내가 경험했던 우아한테크코스는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좋은 문화가 우아한테크코스에서만 이어지지 않고 한국 교육에서도 이루어져서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