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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이라는 닉네임의 유래

닉네임 짓기의 어려움

태어나서 내게 짓는 또 다른 이름인 ‘닉네임’. 회사에서 그 닉네임으로 하나의 인격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닉네임을 지을 때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흔하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처음 합류했을 때도 주변 동료들이 내게 물어보기도 했고 기수가 바뀔 때마다 크루들에게서도 질문이 쏟아진다.
게임에서 캐릭터를 생성하거나 새로운 플랫폼에 가입하면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면서 항상 막히는 것이 바로 “이름짓기”이다. 입사 초기에도 항상 개발하면서 파일을 새로 만들어야 할 때면 난관에 부딪힌다. 닉네임은 발음하기 편해야 하고 나의 정체성이 담겨야 하고 혹시라도 놀림거리가 될 만한 이름은 아닌지도 검토해야 하는 등… 정말 까다로운 고민에 빠진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어쩌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이름이 그 프로젝트 컨벤션에 부합하는 규칙인가? 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부터 퇴사의 순간까지 불릴 나만의 이름을 짓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크론’이라는 닉네임의 뜻

닉네임은 읽기 쉽고 불리기 쉬워야 하지만, 그래도 나의 일대기를 함축시킨 2~3글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글자로 넘어가는 건 부르기엔 너무 길어서 예전부터 2~3글자를 선호했다. 그래서 나는 ‘크론’이라는 닉네임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실 크론이라는 뜻은 별 거 없다. 리눅스에서 사용되는 작업 스케줄러에서 이름을 따 왔다. 전 직장에서 크론탭과 관련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크론탭 자체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쓰임새에 관해 알게 되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이 게시판을 만든다고 한다면 데이터베이스에 쿼리문을 이용하여 요청한 결괏값을 출력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는 수많은 트래픽이 올 거라는 것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항상 고민했다. “이용자가 많은 상용 서비스에서도 이대로만 구현할까? SQL 쿼리만 최적화되었다면 괜찮을까?” 의문을 던졌지만, 개발자 취업을 준비할 당시에 이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팀블라인드는 당시 약 550만 이용자를 확보하여 다량의 트래픽 처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내가 가진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막연히 게시물의 조회수는 열람할 때마다 SQL문으로 UPDATE되는 줄로만 알았지만, crontab을 이용하여 일괄적으로 반영하는 배치 작업을 트리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론탭은 내게 단순히 “작업 스케줄러”라는 이론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서 ‘크론탭’에서 닉네임을 짓는다면 그렇게 짓게 된 경위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도대체 작업 스케줄러인 크론탭이 나와 무슨 상관이라는 걸까? 2016년 2월부터 현재 2023년 4월 시점까지 약 7년이 되는 시간 동안 시기에 맞게 나만의 루틴을 정립했다. 수험 생활 동안 성공적으로 스케줄을 관리한 성과 때문에 아직도 나는 나만의 루틴 을 정립하고 있다. 그래서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닐 때에도 운동을 포기할 수 없어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이전의 회사에 다닐 때에도 운동을 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나만의 루틴을 재정립했다.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되는 지금, 우아한테크코스에 합류했을 때에도 출근 시간과 컨디션에 맞춰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크론은 왜 ‘루틴’에 집착할까?

단순히 수험 생활의 성공 때문이 아닌, 루틴의 중요성을 체감한 경험 때문에 나는 루틴에 집착한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화된 루틴을 만들어도 항상 100% 지키는 것은 어렵다. 컨디션이 저조할 때, 나는 성공한 김연아 같은 운동 선수를 생각한다. 이들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성과를 이룩한 것일까? 아마 그것보다는 운동 선수들이 마음과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고,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 선수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극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걱정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시도하며 작은 효능감을 쌓아가는 것 같다. 이와 관련된 글인 슬럼프에 대하여를 보고, 나의 생각과 경험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운동선수와 같은 비슷한 이유가 있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면 굴곡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하나의 목적에 내 에너지를 한데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굴곡이 있다면 슬럼프를 빨리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힘든 생각이 찾아올 때마다 꾸준히 노력해 온 흔적을 보며 나 자신을 믿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github 프로필에 “오늘의 두려움을 내일의 자신감으로 만드는 개발자”라고 소개한 적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두려워하는 동안 꾸준히 노력한다면 내일은 분명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스토리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루틴을 대하는 앞으로의 자세

수험 생활은 2018년에 마쳤지만, 슬럼프는 이와 무관하게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성공 경험이 쌓여서인지 슬럼프가 오면 빠르게 인식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극복했던 경험과 성공 사례는 슬럼프를 극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후면삼각근같이 아주 작은 부위의 근육을 키울 때나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등근육을 키우려고 할 때는 초반에 자극 느끼기가 어려운 반면, 어느 정도 비대해지면 쉽게 자극을 느끼고 성장도 수월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크론이라는 닉네임은 나의 생활을 대변하듯, 앞으로도 크론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특히, 내게는 7년간 사회가 정해 놓은 암묵적인 틀을 깨는 노력을 많이 시도해 왔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코치로 일하는 동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교육생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준다면, 그들은 좀 더 큰 틀을 깨고 나보다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들을 생각하며 루틴한 삶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군무원 합격 후, 발령 받기 이전에 찾아뵙고 받은 전한길 선생님의 친필 사인
마침 얼마 전에 개발바닥 ‘향로’의 이동욱님께서 우아한테크코스 크루를 대상으로 “건강하게 나아지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시러 방문하셨었다. 내용 중에서는 루틴한 생활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던 부분이 있었다. 커리어 궤적이 나와 비슷하시다고 느꼈는데 마침 루틴한 생활과 관련된 부분도 비슷한 점이 있어 동질감을 느꼈다. 강연이 끝나고 코치님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어렵게 싸인을 받았다.
동욱님 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