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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의 질문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까지…

인터뷰 캠프를 신청한 계기

우아한테크코스 레벨1 개강 후, 리사와 커피챗을 진행했다. 리사는 미션 캠프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3월 한 달 동안 글쓰기를 진행한다고 하셨다(from: 리사의 3월 회고).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블로그에 글도 꾸준히 쓰고 있으니 나의 이야기를 한 달간 써 보는 것도 글쓰기 역량을 기르는 데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4월 한 달 동안 글쓰기를 목표로 인터뷰 캠프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인터뷰 캠프에서 내가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은 내가 답변한 내용을 인터뷰집으로 인쇄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담아 책자로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망설임없이 지원했다.

인터뷰 캠프 답변 작성하기

인터뷰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 한 가지의 주제를 아침 8시에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전달 받는다. 하루 동안 질문에 대해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면서 하루에 하나씩 글을 완성해 보는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에세이집으로 책자가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30일 중 24가지 주제에 관한 답변을 작성한 경우에만 발행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조건은 문제되지 않는다. 어차피 다 작성할 거니까. 글을 작성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본 캠프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겁겁도 없이).

글을 작성하며 새롭게 시도한 점

지인과 같이 캠프 진행하기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회사 전 직장 동료분이 계셔서 제안을 드리고 4월에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그날 글을 작성하면 질문과 내가 작성한 답변을 카톡으로 거의 매일 꼬박꼬박 교환했다. 혼자서 작성했다면 고독감을 느꼈을 수도 있는데 같이 4월 한 달 동안 글쓰기를 목표로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한 달 간의 여정이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

AI와 협업하기

글의 소재나 개요는 내가 짜고 작성했지만, 이후에 코드 리뷰를 받듯이 Claude와 Chat GPT4의 리뷰 도움을 받았다. 서툰 나의 문장에 윤활유를 칠해준 것은 AI 덕이 정말 크다. 혼자서는 완벽에 가까운 복잡하고 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듯, 글을 작성하는 것도 혼자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AI의 피드백은 기대보다 품질이 좋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글을 잘 다듬어줬다.
“성장 일기” 콘셉트에 집중했는데 성장하기 전의 모습과 성장한 지금의 모습을 대비하려고 노력했다. 이 부분에서 최대한 생동감있는 묘사로 독자에게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묘사와 함께 서정적인 표현이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Claude가 굉장히 피드백을 사람이 사용하는 한국말에 가깝게 글을 다듬어줬다. 하지만,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하기보다는 AI한테서 영감을 받은 부분만 가져오거나 감명 깊은 표현 정도만 차용했다. AI에게 글쓰기를 시킨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독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지 표현을 검증하면서 만족할 때까지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며 글을 작성했다.
Claude3 Opus 피드백 내용 일부 발췌 280자 정도의 분량이라면, 홀로서기를 통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이나 깨달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을 추가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예를 들면 (2)단락과 (3)단락 사이에 이런 내용을 넣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든 게 두렵고 불안했다. 밤마다 자취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수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모든 경험이 결국 나를 더 큰 세상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실수를 겪으며 배우고, 아파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독립의 진정한 의미라는 걸. 나는 이제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햇볕에 너른 빨래를 걷고, 정성껏 차린 밥상을 마주할 때면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 나 자신이 느껴진다." (이하 생략)
이렇게 하나의 주제에 대한 나의 글감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그중 AI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던 글감 하나를 소개한다.
당신이 새롭게 시도해 본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새롭게 시도해 본 것 중 기억에 남는 하나는 홀로서기이다. 부모님은 원룸으로 짐을 옮겨 주셨다. 그리고 방을 둘러보시고는 천천히 문을 닫으시며 유유히 떠나셨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적막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낯선 공간 속에 덩그러니 서니 고독이 나를 마주했다. 그동안 자전거에 달린 보조 바퀴를 떼고 페달을 밟는 느낌이었다.
인생이라는 자전거에서 보조 바퀴를 막 뗀 순간,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데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중심 잡기에 온 힘을 쏟았다. 청소부터 빨래, 설거지, 식사 준비까지 이전에는 부모님이 책임져 주셨던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이 낯설고 버거웠다. 쓰레기 분리수거조차 서툴렀다. 실수투성이였던 나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갑작스러운 배탈로 앓아누웠을 때 부모님의 빈자리를 절감했다. 곁에서 돌봐 주실 것만 같던 온기가 그리워 혼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비틀거리던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고, 좌절하기보다 해법을 찾으려 했다. 넘어질 때마다 아파하면서도,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했다. 하루를 마치고 이불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모든 경험은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실수를 겪으며 배우고, 아파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독립이라는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햇볕에 바삭하게 마른빨래를 입고, 내가 차린 밥상으로 일상을 살아갈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일까? 그러나 아직 부모님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의 품을 떠나 세상의 풍파를 맞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지금의 모든 순간이 내일의 나를 키우는 양분임을 알기에 두 발로 굳건히 서서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려고 한다.
처음 독립했던 곳은 가로수가 웅장하고 멋졌다.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체지방을 감량하기 위해 열심히 걸었던 장소

힘들었던 점

어려운 질문에 답변하기

매일 아침 8시마다 새로운 질문을 받았다. 난해한 질문을 받은 날에는 답변을 바로 글로 옮기기 어려웠고, 글을 쓰기 위해 생활 패턴이 늦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을 생동감 있게 녹여내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경험은 있는데 이 경험으로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고민되는 경우
질문에 대한 마땅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
어떻게 질문에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공부하고 벌써 잠에 들었어야 할 시간에 글을 쓰고 있으니 잠에 드는 시간이 1~2시간 늦춰졌다. 생활 패턴 중 힘들여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질문에 대한 마땅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는 하루를 괴롭게 했다.
당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행복하게 한 소비는 무엇인가요?
특히 이 두 주제는 나를 대표적으로 괴롭게 만들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어떤 것을 주제로 써야 할지 하루종일 고민하고, 지인들에게 나와 연관된 에피소드를 물어보면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루의 대부분을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할지 고민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침에 주제를 보고 틈틈이 자투리 시간마다 소재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글감이 나오게 되었는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무조건 기간이 길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경험했다.

글쓰기 과정에서의 어려움

블로그에 진중하게 글을 쓰는 것도 일주일 이상이 걸리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완성도 높은 글을 쓰지? 데드라인이 너무 짧아서 완성도 있는 글을 쓰기에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블로그에 올라갈 글도 몇 시간 만에 완성해서 포스팅하는 것이 아닌 성격인지라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글이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당시에 처한 상황과 생각을 생생하게 독자에게 보여주자는 것이 나의 신조인데 이것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됐다. 예를 들어, 한 학기 동안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록을 작성한다면, 나는 강의를 준비할 때부터 회고 글을 작성한다. 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 내고 강의를 마친 뒤의 경험까지 모두 담고 최종적으로 내용을 검토한 뒤 글을 발행한다.
글쓰기는 마치 꽃을 피우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다행히도 인터뷰 캠프에서 묻는 질문들은 이전의 경험들을 묻는 것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하다 보니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나 주제만큼 무겁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은 단번에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경험을 생동감있게 글로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하루 안에 작성하고 맞춤법, 철자 검사, 1,000자 제한을 맞추는 것은 큰 도전거리였다. 주제에 따라 답변이 생각나지 않거나, 복잡한 사연을 1,000자 안에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소재마다 들쭉날쭉한 글의 길이가 걱정되었다.

인터뷰 캠프를 작성한 후

한 달간의 인터뷰 캠프를 마치고 나니, 글쓰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매일 아침 새로운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날이 갈수록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마치 처음 자전거를 탈 때처럼, 비틀거리다가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 같았다.
그중 AI와의 협업, 지인과의 스터디를 통해 나의 생각을 다듬고 발전시키는 경험은 놀라웠다. 혼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새로운 시각과 표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는 글쓰기가 단순히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제 인터뷰 캠프는 끝났지만, 나의 글쓰기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