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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다닌 피티숍을 떠난 이유와 새로운 시작

2년간 다닌 피티숍을 떠난 이유

너무 멀어진 거리

2022년 하반기에 이직으로 인해 직장을 옮기며 거처까지 옮기게 되었다. 하지만, 피티 선생님과 시간 조율이 원활해서 이전 피티숍에 계속 다닐 수도 있었다. 출퇴근 시 바쁜 지하철과 환승이 부담스러워 차라리 한 정거장을 걷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내게 환승까지 하면서 피티숍에 다니는 일은 내게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나의 운동 목표와 선생님의 운동 스타일의 거리감

내가 원하는 방향이나 목적, 나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는 선생님의 지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자극이 전달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잘 까먹으니 운동별로 어떤 원리로 자세마다 어떻게 자극이 가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일일이 설명해 달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2년간 선생님을 믿고 따랐지만, 이것이 관습적인 선택이었는지, 정말로 나에게 맞는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같이 운동하는 것보다는 혼자 수업을 받으면서 학습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한데 선생님은 운동을 같이하면서 성장하면 좋다고 제안하신다. 이것도 나를 배려해 주셔서 하시는 것이니 마땅히 거절할 수도 없고…

비현실적인 처방

운동을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도 직업을 트레이너로 정했다면,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했을 것 같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나는 운동이 일상의 메인이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벌크업할 수 있는 방안을 원했는데 하루 2kg에 해당하는 흰쌀밥을 섭취하고 물은 8L를 마셔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봤다. 내겐 절대 지킬 수 없는 일이었다. 100% 재택 근무를 하더라도 물을 8L 마시려면 10분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는데, 현실적으로 오래 지키기 어려웠다. 또한, 운동을 위한 휴식도 필요하지만 일을 하기 위한 휴식도 필요한데 부위별 주 2회 이상 운동해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다.

새로운 피티숍을 고르기 전에 준비한 것

2년간 피티숍을 다니면서 잘 성장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내게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된 운동법을 실천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르쳐 주시는 트레이너 분의 방법론에 갇혀서 나에게 맞지 않는 운동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피티숍을 구할 때는 나의 운동 목적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나의 가치관과 잘 맞는 선생님을 찾으려 노력했다.

운동 목적 정리하기

생각해 보니 그동안 지향했던 나의 운동 목적은 ‘근 성장을 위한 보디빌딩’이었다. 위험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무거운 무게를 운동은 지양하고 싶었다. “빈 바를 들더라도 제대로” 드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전의 피티숍에서는 중량을 많이 드는 훈련을 위주로 연습하다 보니 빈 바를 들더라도 제대로 드는 훈련보다는 “일단 들어보는” 연습에 치중한 것 같아서 기본기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본기에 보다 중점을 둔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거리 상한선 정하기

웬만한 피티숍은 개인 운동을 허용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피티숍을 결제하면 굳이 퍼블릭 헬스장에 다니면서 월간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거리가 가까울수록 금상첨화! 하지만, 거리가 멀더라도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길 바랐다. 그래도 너무 멀면 다니기 힘드니 지하철 2~3정거장 거리인 반경 1km로 정했다.

나의 장점 어필하며 시선 끌기

상담 과정에서 나는 꾸준히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사람임을 어필했다. 여태 3번째 바디프로필을 찍어왔으며 2023년까지 촬영하게 되면 4번째 바디프로필 촬영이 되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경험하기 위해 대회에도 한번 나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이야기했다. 이전 피티숍에서 2년간 받았다는 것도 어필했다. 나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선생님으로서의 장점과 매력을 어필해 달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발품을 팔며 동네 구석구석 피티숍의 정보를 분석했다.

트레이너 역량 살피기

피티숍이나 헬스장에서 내거는 홍보물은 바로 트레이너의 ‘몸’이다. 식스팩 복근은 기본 장착, 넓은 광배근과 우람한 가슴근육이 돋보이는 트레이너 자신의 바디프로필 사진을 배경사진으로 장식한다. 적어도 이정도 스케일까지는 몸을 키워봤다는 경험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서 기본적으로는 신체 상태를 체크한다. 트레이너라고 하는데 운동한 흔적이 없는 몸을 보여주는 트레이너에게 내 몸을 맡길 수는 없으니까.
트레이너의 약력을 많이 봤다. 웬만하면 대표님이나 매니저 급으로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직급이 무거운 만큼 경력도 있으신 분들이 많고 마치 기둥과 같이 가게의 중심을 잡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평사원보다는 그만두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으로 보는 것은 대회 이력. 개발자로 치면 TDD 사이클을 경험해 봤는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회를 준비하게 되면 벌크업부터 다이어트, 극한의 탈수 등 신체 상태를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식이요법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얼만큼 음식을 섭취하면 체중이 줄어드는지, 근손실을 얼마까지 생각하는지에 관한 경험이 풍부해서 회원에게 조언을 잘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대회에 참전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대회에 참전한 것에 의의를 둔다.
마지막으로는 내게 설명하는 역량을 본다. 그래서 체험 PT를 웬만해선 받는다. 체험 PT는 보통 3만원대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험하지 않고서 회당 6~8만원가량 되는 비용을 10회~20회씩 낭비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는 상담할 때 내가 고민하는 것들에 관해서도 많이 물어본다. 나의 약점은 어디이며,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지 등 관련된 많은 조언을 물어본다. 체험 PT에서는 3대 운동을 위주로 어떻게 코칭해주시는지를 면밀히 살핀다.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맞는지 판별하기까지는 어렵지만,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주시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나의 언어에 맞게 설명해주시는 분이라면 OK.

새로운 피티숍을 선택한 이유

동네 주변에 있는 PT숍을 포함해 헬스장까지 열 군데 이상을 돌았다.

스트레칭과 코어의 중요성 강조

스트레칭은 중요하다고 한다. 근육이 뻣뻣하면 수축-이완 자세가 나오지 않아 결국 근육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코어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목표한 근육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소근육이나 상부승모근 등 의도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여 결리는 현상이 올 수 있다는 지도를 받아본 적이 있다.
어떤 트레이너에게 물어봐도 스트레칭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코어를 잘 써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체험PT를 포함해서 경험했던 그 어떤 선생님도 내게 스트레칭 운동을 수업 시간을 통해서 알려준 적이 없다. 코어 운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수업 시간에 복근 운동을 메인으로 챙겨 준 트레이너도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피티숍에서는 스트레칭, 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아예 수업 시간마다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으로 시작한다. 심지어, 복근 운동을 하면서 나는 내가 목표한 부위인 “복근”이 아니라 장요근과 허리를 위주로 사용하는 것을 피드백으로 받아 본 적은 처음이었다.

데드리프트 하나로 게임 끝

데드리프트는 3대운동이기는 하지만, 내게는 가장 기피하는 운동 1순위였다. 여태 운동을 배우면서 데드리프트를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인 자세에 관해서는 많이 들었지만, 자극이 오는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선생님한테는 단 한 번의 지도로 등에 강력한 자극을 느꼈다. 나의 자세나 동작을 체크하지 않고 근육에 긴장이 잘 들어갔는지를 체크해 주셨다. 특히 데드리프트 말고도 어떠한 근육운동이든 자세보다는 근육의 자극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동안 데드리프트를 하면서 잘 모르겠으니 자세를 외워서 자극을 주려 했던 내게는 신세계였다. 데드리프트는 자극을 느끼기 어려우며 허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는 위험한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코어의 힘만 잘 준다면 자연스럽게 등에 자극이 오는 가장 쉬운 운동이었음을 느끼게 해주셨다. OT를 통해서 많은 피티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이렇게 단 한 번에 자극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선생님으로서는 처음이었다.

철저히 지키는 시간 약속

정시에 시작하기로 약속했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나는 웬만하면 정각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3분 정도 일찍 시작하시는 경우도 있고 웬만해서는 정시에 시작해 주신다. 이전에는 5분 늦는 일은 다반사여서 매번 심장이 조마조마했는데 정시에 시작하니 마음이 놓였다.

운동 중에는 운동만!

회원마다 니즈는 다르다. 운동을 하지만, 친해지면 좋겠어서 잡담을 섞으며 친목을 도모하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운동에만 집중해 주었으면 하는 회원도 있을 것이다. 쉬는시간에는 웬만큼 잡담하는 것보다는 이전 세트에 대한 피드백과 잔소리 섞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선생님은 계속해서 잘못된 자세에 관해서 끊임없이 피드백해 주신다. 나는 지겹더라도 똑같은 피드백을 들으면서 의식적으로 교정해 보고 싶었는데 지금 선생님이 딱 내게 필요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셔서 매우 만족스럽다.

기본기 중심의 수업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나는 기본기가 부족하다. 자바스크립트를 쓸 줄만 알고 비동기 개념이 모르는 상태에서 리액트를 이용하여 서버와 통신하는 느낌으로 운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부터 차근차근 기본을 다시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새로운 선생님도 나의 니즈를 잘 파악해 주시고 코어 운동을 강조하시면서 무거운 무게를 들기보다는 가벼운 무게에서도 근육에 긴장을 주며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오래도록 잘못 운동한 습관이 남아서 고치기가 쉽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동일한 내용을 피드백 해주시는 것도 힘드실 텐데 여전히 기본기에 충실한 운동을 유도해 주시니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그나저나 2023년 3월부터 새롭게 시작했는데 그때의 피드백을 동일하게 5월까지 받고 있다니? 나 정말 심각한 거 아닌가. 반성 반성.

결국

새로운 피티숍을 선택한 이유는 그곳의 접근법과 철학이 내 개인적인 운동 목표와 가장 잘 맞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칭과 코어 강조, 근육 자극에 대한 집중, 철저한 시간 관리, 그리고 기본기에 초점을 맞춘 교육 방식은 나의 운동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새로운 운동 방식은 나의 운동 능력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운동 중에 집중력을 높이며, 기본기를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가 선택하는 피티숍 선생님이 나의 미래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요즘은 코어의 중요성을 많이 실감하고 있는데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이전에 들던 가벼운 중량만으로도 목표한 부위의 자극이 세게 온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